선진국이 될수록 시민단체의 역할이 확대되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이다. 미국 영국 독일 등의 경우 제3섹터라고 할 수 있는 시민단체의 활동이 왕성하다. 제3섹터란 정부로 대변되는 국가의 영역인 제1섹터와 기업으로 대변되는 시장의 영역인 제2섹터를 제외한 NPO(비영리조직), NGO(비정부조직) 등을 일컫는다. 우리나라도 종교기관을 제외하고 3만개 정도가 활동하고 있다. 복지 인권 교육 환경 여성 소비 경제 등 종류도 다양하다.
그중 장애인복지 분야는 40년의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많은 변화와 발전이 있었다.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장애인복지관, 주·단기보호센터, 장애인직업재활시설, 공동생활가정, 장애인활동지원센터 등 다양한 시설이 운영되고 있다. 현재 복지시설은 사단, 재단, 사회복지법인 등 비영리조직들이 운영한다. 복지시설은 대부분 정부의 보조금으로 운영되지만 운영주체인 법인은 정부의 보조금이 없기 때문에 시민의 후원금으로 운영비를 마련한다.
지난 37년 동안 비영리조직에서 일한 경험을 통해 얻은 결론은 비영리조직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시민들에게 신뢰받는 건강한 조직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재정 비리나 인권침해 등으로 신뢰가 무너져 하루아침에 쓰러지는 비영리조직을 종종 보게 된다. 비영리조직은 사회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공익사업을 실천하기 때문에 시민들의 신뢰가 무너지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영리사업을 하는 기업도 윤리경영을 실천하려고 노력하는데 비영리조직이야말로 윤리경영의 실천은 당연한 일이다. 신뢰받는 비영리조직의 생명력은 진정성과 투명성에 있다.
24년 전 설립된 밀알복지재단은 ‘요람에서 천국까지 생애주기별 재활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범적 복지기관으로서 비약적인 성장을 이뤘다. 성장 비결은 윤리경영 실천을 위한 진정성과 투명성 강화에 있었다.
비영리조직의 진정성은 사명에 집중하는 것이다. 첫 번째는 예수님과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것이고, 다음은 대상자의 복지를 증진하는 것이며, 마지막은 활동가 자신을 생각하는 것이다. 순서가 바뀌면 안 된다. 기독교 기관이 먼저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지 않는다면, 장애인복지기관이 장애인복지를 증진하는 것보다 직원들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한다면 그것은 진정성이 약한 것이다.
비영리조직의 투명성은 원칙에 의한 회계 처리와 공정한 인사, 그리고 민주적 운영에 있다. 진정성과 투명성을 가지고 일하다 보면 먼저 가까이 있는 직원들과 대상자들이 자기 기관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이는 후원자 증가로 효과가 나타난다. 그러면 그 기관에 좋은 일꾼이 모이게 되고 그럴수록 사업의 전문성이 확보되는 효과를 낳는다. 밀알복지재단의 경우 밀알학교(특수학교)와 굿윌스토어(직업재활시설) 등 의미 있는 사업은 후원자들의 신뢰로 맺어진 열매들이다.
이 진정성과 투명성은 단기간에 형성되지 않는다. 그러나 오랜 세월 동안 인내하고 노력하다 보면 신뢰받는 날이 반드시 온다. 예수님은 자신을 희생하신 이유가 우리를 거룩하게 하시고 선한 일을 열심히 하는 자기 백성이 되게 하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다(딛 2:14). 예수님처럼 생명을 살리고 세상을 아름답게 변화시키는 선한 일을 하기 위해서는 진정성과 투명성이 기반이 돼야 한다. 이런 일에 한국교회와 그리스도인이 앞장서야 할 것이다.
정형석 상임대표 (사회복지법인 밀알복지재단)
[특별 기고] NPO의 생명은 진정성과 투명성
입력 2017-08-23 2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