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은 내 영웅이에요.” 지난 14일 경북 경주 동천로에 있는 푸르른지역아동센터(푸르른센터)에서 만난 최소연(가명·15)양이 센터장인 송경호(좋은씨앗교회) 목사를 가리켜 한 말이다. 영웅이라 부른 이유를 묻자 최양은 “죽을 만큼 힘들 때마다 목사님이 늘 곁에서 위로해줬어요”라고 답했다.
최양은 예전에 “내가 태어난 게 잘못”이란 말을 습관처럼 내뱉었다. 가난한 부모 밑에서 어렵게 자란 탓이었다. 센터의 다른 아이들 사정도 비슷했다. 빈곤 문제나 부모 가출로 가정이 파괴된 경우가 많았다. 다문화가정에서 태어났다고 놀림당하는 아이도 있었다. 하지만 송 목사를 만난 뒤 “못해요” “안 해요”라고 하던 아이들은 이제 “나도 할 수 있어요”라고 말할 수 있게 됐다.
아이들은 2013년 3월 시작된 노래교실에서 꿈을 향한 첫걸음을 뗐다. 당시 작곡과 대학원생이던 손새름(28·여)씨가 토요일마다 센터를 찾아와 노래를 가르쳤다. 처음 배운 노래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인어공주’의 주제곡 ‘언더 더 시(Under the Sea)’였다. 처음엔 관심 없던 아이들이 곧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송 목사는 “무기력했던 아이들 얼굴에 처음으로 미소가 도는 걸 봤다”고 했다.
2013년 아이들의 도전이 시작됐다. 그해 6월 경주 지역아동센터 연합캠프가 열린다는 소식을 들은 아이들은 캠프 장기자랑에 나가겠다고 했다. 10월엔 경주 황성공원에서 열린 지역문화공연 무대에도 올랐다. 송 목사는 “아이들 얼굴이 처음으로 별처럼 빛나 보였다”면서 “아이들 꿈을 돕는 매니저가 되기로 마음먹은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2014년 1월엔 중창단을 결성했다. 꿈에 도전하는 아이들이란 뜻으로 ‘드림아이(Dream-I)’란 이름을 지었다. 노력은 곧 열매를 맺었다. 같은 해 7월 경주청소년화랑문화제에 출전해 최우수상을 받았다. 공연 후 돌아오는 차에서 아이들은 “대박, 완전 기적이다”라고 환호성을 질렀다. 9월엔 안동에서 열린 경북청소년페스티벌에 참가해 그룹 god의 곡 ‘촛불 하나’로 대상을 받았다. 원채혁(15)군은 “‘촛불이 두 개가 되고 세 개가 되고’라는 랩 부분을 불렀던 기억이 아직 생생하다”고 말했다.
창작뮤지컬에도 도전했다. 가난 때문에 아버지와 떨어져 사는 최양의 이야기로 뮤지컬 ‘나는 씨앗입니다’를 2015년 10월 경주 예술의전당에서 진행했다. 주연으로 나온 최양은 “이때 내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깨달았다”고 전했다. 지난해 6월엔 1집 앨범 ‘마음을 담은 노래’를 냈다. 가수 윤도현, CCM 사역자 송정미, 주리 등이 녹음에 동참했다.
아이들 상황은 곧 나아질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앨범이 나온 후 아이들 가정 세 곳이 해체됐다. 송 목사는 “경기장 출발선까지 온 줄 알았는데 아직 근처도 못 와서 미안하다”며 아이들 앞에서 울었다. 하지만 무너질 수 없었다. 지난해 10월 아이들의 도전을 ‘꿈쟁이주식회사’란 책으로 써냈다. 그는 “여기서 멈추면 사기꾼이 된다”며 “아이들과 매일 꿈을 향해 걷고 있다”고 전했다.
낡은 상가 3층에 위치한 푸르른센터 입구 왼쪽 명패엔 ‘꿈쟁이주식회사’라는 글씨가 적혀 있다. 꿈을 향해 도전하는 아이들이 모인 곳이라는 뜻을 담았다. 2007년 지역아동센터로 문을 연 지 10년 만에 아이들의 꿈이 조금씩 펼쳐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송 목사는 “꿈쟁이주식회사를 후원할 ‘행복 히어로 주주’ 1004명을 모집하는 게 현재 목표”라며 “나중에 이곳 아이들도 주주가 돼서 다른 아이들도 돕게 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또 “한국교회가 소외계층 아이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많다”며 “아이들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나부터’ 키다리 아저씨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후원 문의 010-4199-6535).
경주=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미션&피플] “안해요” “못해요”를 “할 수 있어요”로 바꾸기까지
입력 2017-08-23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