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의 에큐메니칼 운동 방향과 지도력’을 모색하기 위해 21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가 대안 모색보다는 회원 교단끼리 ‘남 탓’만 하다 끝나고 말았습니다. 그나마 서광선 이화여대 명예교수가 “집단지성을 통해 지도력의 균형을 찾되 이제는 여성과 청년 등 평신도가 나서야 할 때”라는 제안을 한 게 눈길을 끈 정도입니다.
이날 토론에서는 에큐메니칼 운동의 부끄러운 민낯이 드러났습니다. NCCK 외에도 한국기독교총연합회와 한국교회연합 등 보수연합 단체에도 가입한 이른바 ‘이중 회원권 교단’들로 인해 NCCK의 운동성이 쇠락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입니다.
그러면서 이중 회원권을 가진 예장통합과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한국루터회에 “둘 중 하나만 고르라”는 요구까지 제기됐습니다. 마지막 토론자였던 정지강 대한기독교서회 명예사장은 “회원권 중 하나를 버리지 못하는 교단은 교회협을 대표하는 위치에 후보를 내서는 안 된다”며 이미 차기 총무 후보를 낙점한 예장통합을 직접 겨냥하기도 했습니다.
이날 토론회에 대해 교계는 칭찬보다는 아쉽다는 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일부 에큐메니칼 원로의 경우 이중 회원권이 굳이 나쁘냐고 반문하기도 합니다. 그는 “우리나라처럼 진보와 보수가 극명하게 나뉜 사회에서는 진보와 보수 기독교 연합체에 함께 가입한 사례가 많아지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문제의 핵심은 이중 회원권이 아닙니다. 바로 토론회에서 ‘배제의 정치’가 시도됐다는 사실입니다. 에큐메니칼 운동의 기본 정신이 ‘교회를 교회답게 하라’는 것이라면 ‘배제를 통한 빼기’보다는 ‘포용을 통한 더하기’가 바탕이 돼야 한다는 것이죠. 이를 통해 진보와 보수, 세대를 넘어 지지를 받는 NCCK가 되어야 한다는 주문입니다.
코앞의 이익만 보고 몇몇 패거리만의 정치를 유지할 것인지, 모자라고 아쉽더라도 에큐메니칼 운동의 기본 정신을 구현하기 위해 동행할 것인지 선택해야 할 시점입니다.
교회연합운동은 각양각색의 교단이 모이는 게 핵심입니다. 모였으면 똑같아지기 위해 힘쓸 것이 아니라 서로의 다름을 인정한 뒤 새로운 미래를 그려 나가는 것에 희망을 둬야 합니다. NCCK의 현주소는 어디입니까. ‘그들만의 리그’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답해야 할 때입니다.
글·사진=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미션 톡!] ‘이중 회원권’ 정리하라… 교단끼리 ‘네 탓’만
입력 2017-08-23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