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서 담뱃세 인하 논쟁이 한창이다. 2년여 전 여당 시절 자신들이 주도한 담뱃세 인상에 대해 현 야당 일부가 인하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히면서다. 담배는 흡연자뿐 아니라 비흡연자의 건강에도 영향을 미치는 외부 불경제를 창출하며 또한 중독성이 있는 재화다. 이런 재화에는 대체로 교정 목적의 소비세를 부과해 소비를 억제하는 효과를 기대한다. 아울러 담뱃세 수입은 정부 세원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소비억제 효과와 조세 수입 간에는 교정 목적으로 인한 소비억제 효과가 클수록 세수입은 감소하는 상충관계가 존재한다.
담배는 가격 변동에 대한 수요량 변화의 민감도가 낮은 재화다. 경제학에서는 이러한 반응도를 나타내는 척도로 탄력성이란 개념을 사용한다. 일정 가격 변동에 대해 수요량이 크게 변화한다면 탄력성이 크다고 하고, 반대로 수요량이 작게 변화하면 탄력성이 작다고 한다. 대체로 사치품일수록 탄력성이 크며 필수품일수록 작다. 이는 필수품의 경우 생활을 위해 꼭 구매해야 하는 양이 정해져 있어 가격이 변해도 그 수요량의 변화가 작기 때문이다.
담배의 경우 가격이 크게 상승하더라도 중독성으로 인해 수요량을 줄이는 데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탄력성은 작다. 탄력성의 구체적인 수치에 대한 해석은 가격이 1% 상승(감소)하면 수요량이 몇 % 감소(상승)하는가를 나타낸다. 최근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우유의 경우 탄력성이 0.4이고 육류 0.6, 사과 0.6, 초콜릿 1.4로 추정된다. 극단적인 상품으로 마약은 0.3, 일부 주류의 경우 1을 상회하며 해외여행은 아주 큰 수치로 나타났다. 최근의 AI 사태에서 달걀 공급 부족이 사회문제가 되었듯 달걀의 경우 탄력성은 0.1로 아주 낮아 가격이 급등해도 대부분의 가정에서 필히 구매해야 하는 필수재임을 나타내고 있다.
담배는 연구 모형과 방법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수요의 탄력성이 대략 0.3∼0.5, 필자의 최근 연구에 의하면 0.25로 아주 낮은 수치를 보인다. 이러한 재화는 가격 변화에 대해 수요량이 크게 반응하지 않으므로 흡연율 저감을 위해서는 가격 인상 등의 가격 정책이 비효율적이다. 그보다는 건강에 미치는 폐해에 대해 담뱃갑에 홍보하거나 흡연 장소를 제한하는 등 비가격 정책이 보다 효율적이다. 그렇다 보니 담뱃세 인상으로 인한 가격 상승에도 흡연율이 소폭 감소해 전체 조세 수입은 오히려 늘어난다.
실례로 2015년 1월 담배 가격이 한 갑당 2500원에서 4500원으로 80% 대폭 인상됐다. 인상 초반인 2015년 1, 2월의 경우 2014년 1, 2월에 비해 담배 판매량은 각각 48%, 33% 줄어 일견 흡연율이 감소한 듯 보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수요량이 회복돼 2015년 10월 이후에는 전년 동기 대비 1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궁극적으로 흡연율 저감 정책은 실패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비해 세수입은 2016년 말 기준으로 그 전 해에 비해 64%가량 늘어나 2015년의 담뱃세 인상은 정부의 홍보와 달리 국민 건강을 위한 것이 아니라 부족한 정부 세수입 충당을 위한 것임이 밝혀졌다.
담뱃세 인상 효과에 대한 이러한 예상은 경제학 문외한도 직관적으로 아는 내용이다. 그러나 당시 담뱃세 인상이 조세 수입 증대보다는 국민건강 보호 차원에서 불가피하다고 설파한 주무 장관이나 정치인들만이 이러한 경제 지식을 몰랐거나, 아니면 알면서도 국민을 기만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담뱃세 인하를 주장하는 야당은 2년여 전에 보여준 자신들의 잘못된 정책 결정에 대한 반성과 사과 없이 이제는 자신들의 주장대로 담뱃세 인하가 이뤄질 경우 역으로 부족할 세원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 없이 갈팡질팡하고 있다. 국민을 아무렇게나 대해도 괜찮은 정책의 실험 대상 정도로 보는 행위이거나 자신들이 입안하는 정책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지식 없이 그저 권력의 깃발만을 맹종한 결과다.
남준우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경제시평-남준우] 담뱃세 인하 논쟁
입력 2017-08-22 17: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