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최상민 <11> 호사다마… 영향력 커지자 근거 없는 음해 시달려

입력 2017-08-23 00:00
최상민 ESD 사장(왼쪽)이 2012년 10월 아이티 발전소 준공식 현장에서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미국 국무부 장관, 빌 클린턴 전 미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발전소는 국무부 자금을 지원받아 건설했다.

2010년 1월 아이티 복구위원회에 들어가니 미국 프랑스 도미니카공화국 관계자들이 모였다. 서로 아이티를 도와주겠다고 했지만 무엇을 먼저 해야 할지 의견이 분분했다. 인도네시아 쓰나미 사태처럼 수혜 대상 국가에서 도움받을 준비가 돼 있지 않으면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우리는 2007년부터 아이티에 발전소 사업 진출을 위한 시장조사를 해 두툼한 보고서를 만들어 놓은 상태였다. 그걸 조금 응용해 위원회에 내놓았다. 다들 눈이 휘둥그레졌다. 마이크를 잡았다. “제가 운영하는 ESD는 발전소 설치와 운영보수에 특화돼 있는 업체입니다. 저희 업체가 지진으로 훼손된 아이티 발전소 한 곳을 15일 내 복구해 먼저 가동시키겠습니다. 여러분은 이 기간 동안 송·변전 라인과 배전설비를 복구해 주십시오.” “그게 가능한 일입니까.” “결과로 증명하겠습니다.” “좋습니다.”

내가 그렇게 장담했던 것은 2009년 아이티 발전소 복구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전기 공급이 되지 않자 북쪽 지역에선 폭동이 일어날 상황이었다. 쿠바 전력청에서 설치한 발전기로 전기를 공급하고 있었는데, 돈만 받고 발전기를 마구잡이로 돌리는데 문제가 있었다. 일부 엔진 부품만 교체하면 된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15일 만에 발전소가 정상 가동되고 25일 만에 복구된 송·변전 및 배전라인을 통해 전력이 공급되기 시작됐다. 대지진 때의 위기관리 능력을 인정받아 발전소 사업에 응찰했고 10개 발전소 중 1개의 소유권과 5개의 운영권을 갖게 됐다.

그러나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아이티에서 영향력이 확대되다 보니 현지 정치인들의 견제가 심했다. 아이티 내에서 가짜뉴스가 만들어지고 발전소 이사회에 소속된 현지 투자자들도 내가 갖고 있는 지분을 차지하기 위해 정치적 함정을 만들었다. “최 사장이 아이티에 전기 장사를 하면서 폭리를 취하고 있다. 사업을 독점하기 위해 일부 정부 관료와 정치인을 상대로 로비를 하고 긴밀하게 결탁돼 있다.”

‘아니, 아이티 사회 지도자라는 사람들이 국가 발전보다는 어떻게 이렇게 개인 이익만 앞세운다는 말인가. 나라가 있어야 개인도 있는 것인데 어쩜 국민 생각은 안중에도 없고 자기 사리사욕만 챙기려고 하는가.’

근거도 없는 비판을 받으니 아이티 복구를 위해 밤낮 가리지 않고 일했던 열정이 점점 식어갔다. 염증이 느껴졌다. ‘그래, 이런 잘못된 국민성은 잘못된 교육에서 나온다. 아이티가 대한민국처럼 가난에서 벗어나 선진국 대열에 들어가려면 기독교 가치관을 지닌 지도자가 많이 나와야 한다.’ 그때의 생각은 훗날 2016년 3월 아이티 직업학교로 현실화됐다.

아이티 발전시장의 60% 이상을 독과점해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에 소유 지분을 모두 매각했다. 그리고 아이티 전력공급의 35%만 책임지기로 했다. 지진의 참상을 보고 나니 인간의 유한성이 더욱 절실하게 느껴졌다. 기도를 하는데 교회를 지으라는 성령의 미세한 음성이 들렸다.

‘그래, 내가 그동안 발전사업으로 사회기반시설 확충에 나섰다면 이제부턴 영적 기반시설을 확충하겠다.’ 당시 도미니카공화국에 한창 사옥을 짓고 있는 상황이었다. 2011년 초 사옥 입주를 앞두고 직원 315명 앞에서 선포했다. “사옥 맨 위층인 4층에 교회를 세우겠습니다.”

정리=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