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소득 양극화 해소 위해 ‘사회적 연대임금’ 도입 검토

입력 2017-08-22 05:02



정부의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담길 정부지출 구조조정 방안은 ‘무조건 삭감’하고 보는 식의 기존 구조조정과는 거리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정책방향과 궤를 같이 하는 사업 지원은 강화하고, 걸림돌이 되는 사업은 줄여나가는 ‘질적 구조조정’에 가깝다.

정부는 심화되는 소득양극화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연대임금’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구조조정 대상 1순위로 거론돼온 연구·개발(R&D)과 사회간접자본(SOC) 부문을 대대적으로 손보는 방안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담을 방침이다.

같은 일 하면 임금도 같게

기획재정부가 도입을 검토 중인 사회적 연대임금의 핵심은 같은 일을 하는 근로자는 같은 임금을 받게 하자는 데 있다. 현재 한국의 노동시장의 양극화는 심화되고 있다. 지난해 고용노동부 근로실태 조사에 따르면 300인 이상 기업에 근무하는 정규직 근로자가 3만530원의 시급을 받을 때 300인 미만 기업 정규직 근로자가 받는 시급은 1만6076원에 불과했다.

기재부는 직무급과 성과급 등의 정착을 통해 근로형태별 임금격차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설계하고 있다. 협력업체 근로자 임금인상과 처우개선을 위해 지출한 비용에 대해 세액공제나 지정기부금 인정 등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도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회적 연대임금 정책은 스웨덴 등 일부 유럽국가에서 이미 시행되고 있다. 스웨덴은 개별·산별 노조가 사측과 임금교섭을 실시해 동일업종·직능에는 동일한 임금을 결정해 적용한다. 같은 일을 한다면 어떤 업체에서 근무하느냐와 상관없이 똑같은 임금을 받게 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연대임금 정책은 근로자간 소득불평등을 완화할 뿐만 아니라 산업구조 전환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업계 평균 수준으로 높아진 임금을 지불할 수 없는 기업들은 자연히 도태된다. 결과적으로 경쟁력 있는 기업만이 살아남게 되는 구조조정 효과를 보게 된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일부 업체들을 중심으로 반발도 예상된다. 중소기업 관계자는 21일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을 느끼고 있는 영세중소업체에 원청기업 수준의 임금을 감당하라는 말은 문 닫으라는 말과 같다”고 말했다.

현재 최저임금의 90% 수준인 실업급여는 70% 수준으로 하향 조정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실업급여도 급격히 오르게 되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수급자 대부분이 하한액을 실업급여로 받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실업급여를 깎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

R&D·SOC 예산 전면개편

국가재정운용계획에는 R&D 구조조정 방안도 대거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R&D 예산 중 기초·응용 분야 비중을 대폭 늘리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현재 20조원인 R&D 예산 중 기초·응용 분야 비중은 35%에 그치고 있다. 또 인공지능(AI)과 바이오 등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에는 미국의 NIH(National Institute of Health)와 같은 연구기관을 새로 설립해 투자를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반면 현재 운영되고 있는 일부 국책연구소는 전반적인 구조조정을 통한 예산삭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SOC 사업 구조조정은 도로·교통 분야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교통 SOC는 현재 정률제로 지원되는 보조금 방식을 개편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각 사업이 갖는 편익의 범위에 따라 국고 지원율을 차등 설정하고, 외부효과가 광범위한 경우에만 국고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또 무조건 확장하고 보자는 식의 도로 SOC 사업 역시 지양키로 했다. 확장 신규사업을 제한하는 대신 교차로 개선 등 돈이 덜 드는 도로 개량사업의 비중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이밖에도 정부는 다양한 사업이 난립하고 있는 근로장학금과 대학재정지원사업을 각각 통·폐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정부가 운영 중인 근로장학금은 국가교육근로장학금과 중소기업 취업연계 장학금이 있다. 그러나 이는 정부 또는 지자체, 기업, 협회 등이 제공하는 각종 장학금과 사업목적이나 구조가 유사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대학재정지원사업 역시 BK21-PLUS, LINC+ 등 다양한 사업들이 난립해 있다. 정부는 이를 특성에 따라 4가지 사업으로 단순화하고, 개별 대학이 받을 수 있는 지원사업 수를 최대 2개로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세종=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일러스트=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