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보험에 한방 진료비가 ‘독에 난 구멍’ 노릇을 하고 있다. 진료수가(표준 진료가격) 산정 기준이 마땅찮은 침·물리요법 등 한방 비급여 진료비가 폭증해 고객들이 납부한 자동차보험료가 줄줄 새는 모양새다. 자동차보험 진료비 상승은 보험료 인상으로 직결된다.
전문가들은 자동차보험료 안정을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시장에 개입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정부도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면서 한방 진료수가 기준을 보완할 계획이다.
21일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2014년부터 3년간 자동차보험 한방 진료비는 연평균 31% 증가해 지난해 4635억원에 이르렀다. 일반병원과 의원 등 양방 진료비의 연평균 증가율이 1.2% 그친 데 비하면 26배가 넘는다. 이 때문에 같은 기간 자동차보험의 진료비는 매년 8.0% 올랐다.
자동차보험으로 보장받는 한방 진료의 환자는 대부분 비급여 환자다. 한약이나 한방파스, 침, 추나요법과 물리치료(3개 항목 제외)는 모두 비급여에 해당한다. 지난해 기준으로 자동차보험 한방 진료를 받은 입원환자의 96.5%, 통원환자의 95.4%가 비급여 환자였다.
한방 진료비가 급등한 근본원인은 비급여 항목의 진료수가를 산정하는 기준이 아직 세부적으로 마련되지 않았다는 데 있다. 특히 진료수가가 정해지지 않은 한방물리요법 진료비의 연평균 증가율은 한방병원 197%, 한의원 48%에 달한다. 송윤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환자가 적정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정부가) 최소한의 지침을 제시해줄 필요가 있다”면서 “적정 수가가 정해지지 않으면 불필요한 진료가 늘어 청구단가가 지속적으로 오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자동차보험 진료비 상승은 소비자가 부담해야 하는 보험료의 인상을 부른다. 지난 5월 금융소비자연맹은 자동차 1대당 자동차보험료가 2014년 59만9000원에서 지난해 68만4000원으로 3년 사이 14% 올랐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정부도 문제 해결에 나설 움직임이다. 정부는 지난 9일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방안을 내놓으면서 한방 의료서비스에도 건강보험 적용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한방 진료의 비급여항목을 급여항목으로 바꾸면서 진료수가 기준 설정도 함께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오성익 국토교통부 자동차운영보험과장은 “한방 진료비 수가 산정은 경제적으로만 풀어선 안 되는 문제”라면서 “의료계와 관계부처 의견을 종합해 객관적이고 공정한 수가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글=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
車보험료 상승 주범 ‘한방 비급여’ 연 31%↑… 양방의 26배
입력 2017-08-22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