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후 3시 김명수(58·연수원 15기) 신임 대법원장 후보자 지명 소식이 알려지자 법조계가 술렁였다. 후보자 지명이 예상보다 훨씬 파격적이었기 때문이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정말로 예상하지 못한 인선이다. 신임 대법원장 후보자가 연수원 15기인데, 우리 법원의 원장보다도 아래 기수”라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또 다른 판사는 “2004년 김영란 전 대법관이 만 48세의 나이로 최초 여성 대법관에 임명됐을 때처럼 사법부의 기수·관료 문화에 큰 변화가 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청와대가 대법원장 후보자를 지명한 시각, 김 후보자는 춘천지법 202호 법정에서 재판 중이었다. 그의 지명은 춘천지법뿐 아니라 대법원도 짐작하지 못했다고 한다. 춘천지법의 한 관계자는 “김 법원장은 평소처럼 오후 2시부터 재판에 들어갔다”며 “지명 여부를 전혀 몰랐던 법원 직원들이 전부 깜짝 놀랐다”고 했다.
재판을 마치고 나온 김 법원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재판 직전에 대략적인 소식을 들었고, 재판 중에 지명돼 아직 가족에게도 연락을 못한 상태”라고 전했다. 그는 “일선 재판 현장에서 지명된 이례적인 상황이라 걱정이 되지만 이것이 더 큰 장점이라 생각하고 청문회에 임하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진보 성향으로 알려진 김 후보자에 대한 당부의 목소리도 나왔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사법부 수장인 대법원장으로서 균형을 잡고 조직을 추스르길 기대한다”고 했다. 변호사단체는 변화와 개혁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했다. 김현 대한변협 회장은 “굉장히 의외”라며 “앞으로 법원에 많은 변화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도 “판사 블랙리스트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김 후보자를 지명한 것만 보더라도 청와대의 사법개혁 의지가 느껴진다”고 평가했다.
대법원장 후보로 거론됐던 전수안 전 대법관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법원개혁을 바라는 법관들의 간절한 염원이 맺은 결실”이라며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대법원 판례도 기대된다”고 적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등 보수 야당은 김 후보자 지명을 ‘코드 인사’라고 비판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강효상 한국당 대변인은 “문 대통령은 사법부조차 정치적 편향으로 물들이려는 시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 바른정당도 논평을 내고 “김 후보자가 정치적 중립성과 경륜이 요구되는 사법부 수장으로서의 역할을 잘 해 나갈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가현 이종선 기자 hyun@kmib.co.kr
“예상밖 인선” “획기적 변화”… 사법부 개혁 기대
입력 2017-08-21 2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