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오(49) 성동구청장은 ‘젠트리 파이터’ 또는 ‘젠트리 구청장’으로 불린다. 정 구청장은 2014년 구청장에 당선된 후 상생협약, 안심상가, 프랜차이즈 입점 제한 등 젠트리 방지 대책들을 선보이며 전국적으로 주목받았다. 젠트리가 사회적인 문제로 번지면서 성동구는 한국 젠트리 정책의 최전선으로 각 지방자치단체들의 학습 대상이 되고 있다.
21일 서울숲길에서 만난 정 구청장은 성수1가2동의 임대료 인상률이 잡혔다는 조사 결과에 대해 “78개 점포에 국한된 일이기 때문에 섣불리 말할 순 없지만 성동구가 그간 힘써온 상생협약이 어느 정도 힘을 발휘했다는 건 확인할 수 있다”면서 “특히 성수동 상권이 전체적으로 임대료를 적정선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상생협약의 효과를 보면서 우리가 새로 추진하는 안심상가도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된다”며 “상생협약이 주변의 다른 건물주들에게도 영향을 미친 것처럼 안심상가도 다른 가게들에게 적정한 임대료의 기준을 제공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2014년만 해도 성수동은 낙후된 주거지였다. 지금 카페와 음식점, 공방 등으로 변신한 1층 가게들은 대부분 창고로 사용되던 곳이다. 성수동 발전 계획을 찾던 그는 무자비한 재개발보다는 당시 부상하던 도시재생에 주목하게 됐다고 한다. 그러나 세계의 앞선 도시재생 사례를 보면 늘 젠트리 문제가 따라붙었다. 여기서 정 구청장은 “도시재생을 해놓고 원주민이 쫓겨나면 무슨 소용이냐? 그러면 재개발과 무슨 차이가 있나?”란 질문에 부딪혔고, 도시재생과 젠트리 대책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정 구청장은 무분별한 임대료 인상을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1990년대 최고였던 이대와 신촌 상권이 2000년대 들어 몰락한 사례를 들었다. 그는 “임대료가 너무 오르면 장기적으로 건물주에게도 손해”라며 “상생협약은 일방적으로 임차인을 편드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성동구의 젠트리 정책들 중 외국에서 특히 주목하는 건 상생협약이다. 정 구청장은 “상생협약은 세계적으로 우리밖에 없다”면서 “법이 미비한 상황에서 임대료 인상을 억제하기 위한 방법을 찾다 보니 자율협약을 생각해내게 됐다”고 설명했다. 외국에서도 주목받고 있는 성동구는 23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동아시아 포용도시 네트워크 워크숍’에 초청을 받아 젠트리 정책을 발표한다.
글=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사진=이병주 기자
[서울 젠트리 보고서] ‘젠트리 파이터’ 정원오 성동구청장 “임대료 인상, 거위 배 가르기”
입력 2017-08-23 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