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남산은 일제강점기 조선통치 기관인 통감부와 조선총독부, 조선신궁과 신사 등이 자리했던 곳이다. 국권상실의 상흔을 간직한 이곳에 역사적 치욕을 기억하고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역사탐방로가 만들어진다.
서울시는 남산 예장자락 속 역사 현장을 잇는 1.7㎞의 탐방로를 내년 8월까지 조성할 계획이라고 21일 밝혔다.
‘국치(國恥)길’이라 이름 붙여진 이 길은 1910년 8월 22일 강제병합조약이 체결된 한국통감관저터를 시작으로 통감부터(현 서울애니메이션센터)∼노기신사터(남산원)∼갑오역기념터(숭의여대)∼경성신사터(숭의여대)∼한양공원비석∼조선신궁터(옛 남산식물원)로 이어진다.
국치길 바닥에는 한글 첫 자음이자 ‘기억’하겠다는 뜻이 담긴 ‘ㄱ’자 디자인에 ‘국치길 19101945’이라고 새겨진 로고가 설치된다. 각 기점에는 역사의 파편을 재활용한 표지석이 세워진다.
시는 107년 전 강제병합조약이 체결된 날인 22일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하고 오후 3시부터 김구, 이회영, 윤봉길, 백정기, 장준하 등 독립유공자 후손들과 함께 국치의 현장을 걷는 행사를 연다. 진희선 서울시 도시재생본부장은 “내년 8월 완성될 국치길이 역사의 아픈 상처를 시민들이 직접 느끼고 기억하며 더 나은 미래를 개척하는 첫 걸음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라동철 선임기자 rdchul@kmib.co.kr
남산에 역사탐방로 ‘국치길’ 만든다
입력 2017-08-21 21: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