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에 역사탐방로 ‘국치길’ 만든다

입력 2017-08-21 21:37
부산박물관이 서울시에 제공한 사진에는 현재 서울 중구 서울애니메이션센터 위치에 있던 한국통감부(왼쪽)와 구 남산식물원자리에 있는 조선신궁(오른쪽)의 모습이 담겨있다. 두 장소는 ‘국치길’의 주요 코스다. 부산박물관 제공

서울 남산은 일제강점기 조선통치 기관인 통감부와 조선총독부, 조선신궁과 신사 등이 자리했던 곳이다. 국권상실의 상흔을 간직한 이곳에 역사적 치욕을 기억하고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역사탐방로가 만들어진다.

서울시는 남산 예장자락 속 역사 현장을 잇는 1.7㎞의 탐방로를 내년 8월까지 조성할 계획이라고 21일 밝혔다.

‘국치(國恥)길’이라 이름 붙여진 이 길은 1910년 8월 22일 강제병합조약이 체결된 한국통감관저터를 시작으로 통감부터(현 서울애니메이션센터)∼노기신사터(남산원)∼갑오역기념터(숭의여대)∼경성신사터(숭의여대)∼한양공원비석∼조선신궁터(옛 남산식물원)로 이어진다.

국치길 바닥에는 한글 첫 자음이자 ‘기억’하겠다는 뜻이 담긴 ‘ㄱ’자 디자인에 ‘국치길 19101945’이라고 새겨진 로고가 설치된다. 각 기점에는 역사의 파편을 재활용한 표지석이 세워진다.

시는 107년 전 강제병합조약이 체결된 날인 22일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하고 오후 3시부터 김구, 이회영, 윤봉길, 백정기, 장준하 등 독립유공자 후손들과 함께 국치의 현장을 걷는 행사를 연다. 진희선 서울시 도시재생본부장은 “내년 8월 완성될 국치길이 역사의 아픈 상처를 시민들이 직접 느끼고 기억하며 더 나은 미래를 개척하는 첫 걸음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라동철 선임기자 rd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