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58·연수원 15기) 대법원장 후보자 전격 발탁은 문재인정부의 사법 개혁 의지를 보여주는 바로미터라는 게 법조계 안팎의 평가다. 그는 31년간 법관으로 재직하면서 진보 성향 판사들의 모임인 우리법연구회와 국제인권법연구회의 회장을 역임했다.
2016년 춘천지법원장으로 부임한 뒤에도 전국 고법·지법원장들이 모이는 법원장회의에서 사법 개혁을 촉구해 왔다. 김 후보자는 최근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등으로 들끓고 있는 내부 개혁 요구를 수용하면서도 법원행정처와 일선 판사 간 갈등으로 혼란스러운 사법부를 통합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현직 지법원장 인선, 충격요법?
김 후보자 인선은 청와대 인사·민정라인에서 극비리에 이뤄졌다. 21일 전격 발표 후 청와대 내부에서도 의외라는 평가가 나왔다. 청와대는 김 후보자 지명이 사법 개혁을 위한 포석임을 감추지 않았다. 양승태 현 대법원장보다 사법연수원 기수가 13기수나 아래인 김 후보자를 지명한 것부터가 일종의 충격요법이란 의미를 갖는다.
청와대는 앞서 검찰 인사에서도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 후임으로 연수원 기수가 5기 아래인 윤석열 대전고검 검사를 전격 임명했다. 법조계 내부의 암묵적 카르텔을 깨고 비공식적인 규율을 허무는 것에서부터 개혁을 시작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21일 김 후보자 인선과 관련, “모든 인사에는 관습대로 해오던 관행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파격도 있어야 새 정부다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초 양 대법원장 후임으로는 박시환 전 대법관과 전수안 전 대법관이 유력하게 거론됐었다. 그러나 두 사람을 비롯해 물망에 오른 개혁적 인사들이 대부분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내부에선 사법 개혁을 담당할 대법원장 인선을 적당히 타협할 수 없다는 기류가 강했고, 그 결과가 현직 지법원장 발탁이라는 파격적 카드로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사법부 개혁과 통합이 과제
김 후보자 앞에는 사법부 개혁과 내부 통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 하는 난제가 놓여 있다. 블랙리스트 의혹 컴퓨터 조사 등에 있어서 국제인권법연구회장 출신인 신임 대법원장이 어느 한쪽에 치우친다는 인상을 준다면 내부 통합이 어려워진다. 반대로 사법 개혁을 추진하기 위해 인사권 등을 강하게 행사한다면 민주적인 사법부 운영을 요구해온 개혁 성향 판사들의 입장과 상충할 수도 있다. 재경지법의 한 법관은 “대법원장으로서 본인이 발언한 내용들을 지키면서 사법 개혁과 통합을 동시에 이끌어야 하는 책임을 맡게 됐다”고 했다.
보수적 판결을 쏟아냈던 ‘양승태 코트’(court)의 색채를 벗어낼지도 관심사다. 김명수 코트는 국정원 대선개입 혐의로 30일 파기환송심 선고를 앞둔 원세훈 전 국정원장 사건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 등 국정농단 피고인들의 상고심을 심리하게 된다. 대법원 계류 중인 통상임금 소송 등도 다루게 된다.
지난 3월 공직자 재산공개에서 김 후보자는 서울 명일동의 아파트와 2001년식 SM5 승용차 등 모두 8억2000여만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1남 1녀를 두고 있는데 모두 사법시험에 합격해 판사로 근무 중이다.
△부산 △부산고, 서울대 법학과 졸업 △서울지법 북부지원 △대법원 재판연구관 △서울중앙지법 부장 △특허법원 수석부장 △서울고법 부장 △현 춘천지방법원장
양민철 강준구 기자 listen@kmib.co.kr
기수 깨고 관행 깨고… 대법원장 파격 인선 ‘개혁 회오리’ 예고
입력 2017-08-21 18:28 수정 2017-08-21 21: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