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인간과 자연, 기계가 뒤섞이는 혼종의 시대다. ‘포스트휴먼 시대’의 도래 앞에서 교회와 신학의 새로운 역할을 모색하는 행사가 열렸다.
한국교회환경연구소(소장 전현식)는 21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신학관에서 ‘포스트휴먼 시대, 생명·신학·교회를 돌아보다’ 책 출간을 겸해 토크콘서트를 열었다. ‘죽임의 체제와 생명문화’, ‘포스트휴먼과 생태신학’, ‘지구 생명 공동체와 한국교회’란 주제로 글을 쓴 생태신학자 12명 중 9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연세대 김정두 교수는 “인공지능(AI), 드론, 로봇 등이 우리 생활에 깊이 들어오고, 과학의 발달로 인간의 수명이 150세 이상 늘어나는 걸 추구하는 세상이 됐다”며 “아무리 과학이 발달해도 ‘Something Beyond’, 즉 이 세계 이외에 무언가 더 있다는 걸 전제할 때 신학이 고유한 기능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생명에 대한 폭력과 반역을 신에 대한 죄로 인식하고, 생명의 울부짖음 속에서 하나님의 울음을 발견하는 은유신학적 담론을 통해 이 시대 필요한 신앙적 감수성을 키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화여대 김수연 교수는 ‘가장자리 의식’이란 개념으로 포스트휴먼 시대의 종말론을 제시했다. 김 교수는 “플루토늄, 나일론처럼 썩지도 분해되지도 않는 물질을 만들어내고 생명을 거래하는 지금은 2000년 전 예수님이 오신 시대와 닮았다”며 “종말이 오면 인간은 구원되고 동식물은 모두 파괴된다는 이기적인 종말을 넘어서야 한다”고 말했다.
신학적인 제안과 더불어 실질적으로 교회와 크리스천이 적용할 수 있는 대안들도 제시됐다. 송용섭 영남신대 교수는 신자유주의와 기독교 생태윤리란 주제로 설명하면서, “한국교회가 생태 중심적인 녹색공간으로 교회를 변화시키는 데 앞장서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최근 유럽에서 도시 건물 외벽에 이끼를 배양해 미세먼지를 줄이는 것처럼 교회 벽을 이끼나 나무로 뒤덮어 삭막해진 도시에 생명을 불어넣자는 것이다.
최광선 호남신대 교수는 ‘창조세계를 거룩한 책으로 읽는 렉시오 디비나가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생태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기독교 영성 훈련을 제안했다.
글·사진=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
[세상 이슈에 대한 교회의 반응들-생명] “생명에 대한 폭력과 반역은 신에 대한 죄”
입력 2017-08-22 0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