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신약 개발 도전… 급성 췌장염 치료제부터 만든다

입력 2017-08-21 18:06


삼성이 바이오신약 개발에 처음으로 착수한다. 이건희 회장이 2010년 바이오 제약을 5대 신수종 사업으로 선정한 지 7년 만이다. 삼성은 지난 5년간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개발과 상업화를 통해 기술을 축적해왔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21일 일본 다케다약품공업과 바이오신약 개발을 공동 진행하는 ‘전략적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계약에 따라 양사는 후보물질이나 기술을 상대방으로 이전하는 방식이 아닌 신물질 탐색, 임상, 허가, 상업화에 이르는 전 과정에 공동 협력한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의약품 개발 플랫폼·기술과 다케다약품공업의 신약개발 역량을 결합해 시너지를 추구한다. 다케다약품은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보유한 개발 플랫폼과 기술을 통해 개발 지연, 투자비 증가 등의 어려움을 줄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양사는 먼저 급성 췌장염 치료 후보 제품인 ‘TAK-671’의 공동 개발에 착수한다. TAK-671은 현재 임상실험 전 단계로, 협업을 통해 시너지를 창출하기 적절한 시점으로 판단된다. 또 급성 췌장염 치료제가 아직 개발되지 않았고 다케다약품이 소화기 내과 분야 치료제에 강점을 갖고 있는 점도 고려됐다. 급성 췌장염 발생 빈도는 미국과 영국이 10만명당 각각 24.2명과 5.4명이다. 한국은 10만명당 20명 안팎이 발병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은 이 회장이 2010년 5월 사장단 회의에서 바이오 제약을 5대 신수종 사업으로 꼽은 이후 이에 대한 투자를 본격화했다. 2008년 4월 삼성 특검 수사 결과에 책임을 지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이 회장은 복귀 후 첫 사장단회의에서 바이오 제약을 포함한 미래 먹거리 구상을 밝혔다. 이에 따라 삼성은 2011년 4월 미국 퀸타일즈와 합작해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설립한 후 이듬해 바이오젠과 바이오시밀러 개발 및 상업화를 위해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출범시켰다. 이후 3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엔브렐과 레미케이드의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성공해 유럽 등에서 판매 중이다.

다케다약품은 1781년 일본에서 창업한 회사로, 지난해 161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한 다국적 제약사다. 1970년대부터 연구·개발 투자를 진행해 4개의 대표적 블록버스터 신약(연간 매출 10억 달러를 넘고 복용환자가 1000만∼1억명인 의약품) 개발에도 성공했다.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은 “5년간 바이오시밀러 연구·개발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플랫폼과 기술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라며 “다케다약품과의 공동 개발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역량을 바이오 신약으로 확대할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