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시중은행의 신용대출이 가파르게 늘고 있다. 8·2 부동산 대책으로 주택담보대출이 어려워지자 신용대출로 몰리는 ‘풍선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금융 당국은 규제를 회피하기 위해 신용대출이나 개인사업자대출로 우회하는 편법을 쓰지 말라고 금융회사에 경고하고 나섰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은행)의 개인 신용대출 잔액은 지난 16일 기준으로 93조1171억원에 이른다. 지난달 말(92조5289억원)과 비교해 약 보름 만에 5882억원 늘어났다. 1조2951억원 늘었던 지난 5월에 이어 올 들어 두 번째로 빠른 증가세다. 지난달 말 출범한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의 신용대출액(5400억원)까지 더하면 이달 신용대출 증가 폭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 당국은 신용대출 급증 현상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진웅섭 금감원장은 21일 간부회의에서 “일부 차주들이 줄어든 주택담보대출을 충당하기 위해 신용대출로 자금을 조달하면 가계대출 증가세가 재연될 수 있다”며 “강화된 규제를 회피하기 위해 신용대출이나 개인사업자 대출을 취급하는 등 편법을 부추기는 금융회사에는 현장점검 등으로 엄중히 대처하라”고 강조했다.
은행업계에서는 정부의 8·2 부동산 대책이 신용대출 급증에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우량기업 종사자의 경우 신용대출 한도가 굉장히 높아 신용대출이 주택담보대출의 대체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휴가철과 이사철인 8∼9월에 신용대출은 증가하는 움직임을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신용대출 급증이 오롯이 ‘부동산 대책 풍선효과’라고 단정 짓기에 무리가 있다”고 했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
8·2 풍선효과… 신용대출 가파르게 늘었다
입력 2017-08-22 0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