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파격’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기대와 우려

입력 2017-08-21 19:05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대법원장 후보자로 진보성향인 김명수 춘천지법원장을 지명함으로써 사법부 개혁 의지를 다시 한 번 천명했다. 양승태 대법원장보다 연수원 13기 후배인 김 후보자는 진보성향 판사들의 모임인 우리법연구회에서 활동했고, 후신 격인 국제인권법연구회 첫 회장을 지냈다. 청와대도 파격을 인정했다.

‘사법부 블랙리스트’ 파문은 국제인권법연구회가 준비한 세미나를 대법원 산하 법원행정처가 방해하면서 시작됐다. 김 후보자는 진상조사위원회에서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부인한 뒤 열린 전국법관회의에 직접 참석했을 정도로 강경한 개혁파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사법부 개혁이 얼마나 빠르고 강하게 진행될지 가늠하기 어렵지 않다.

지금 법원은 태풍 전야의 위태로운 상황이다. 지난 6월 법관회의에서 합의된 요구사항을 양 대법원장이 거부한 뒤 갈등이 더욱 깊어졌다. 현직 단독 판사가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양 대법원장에게 사법행정권 남용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며 단식농성에 나섰을 정도다. 법관 인사에 전권을 쥔 ‘제왕적 대법원장’ 체제를 근본적으로 바꾸라는 목소리도 거세다.

사법개혁은 국민 대다수가 요구하는 시대적 과제다. 많은 국민이 전관예우로 불리는 사법부의 직역 이기주의를 의심한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거부감 없이 통용된다. 새 대법원장에게는 안팎에서 거세게 몰아치는 요구를 합리적으로 수렴해 진정한 개혁을 이뤄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급진적인 변화는 거부감을 부를 뿐이다. 개혁을 이루려면 어느 쪽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을 잡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더욱이 문 대통령 임기 중에 대법관 10명이 교체된다. 대법관 임명제청권을 가진 대법원장 후보자가 자칫 이데올로기 논쟁에 함몰될 경우 국회 청문회조차 장담하기 어렵다는 점을 김 후보자는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