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계, 과세 취지엔 동의… 졸속과세는 우려

입력 2017-08-21 18:53 수정 2017-08-21 22:14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가운데)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종교인 과세에 대한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조배숙 국민의당 의원(왼쪽)과 안상수 자유한국당 의원도 함께했다. 최종학 선임기자

종교계는 종교인 과세 취지에는 동의하나 과세 당국의 준비가 미흡해 졸속 과세가 우려된다며 철저한 준비를 촉구하고 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사랑의교회 온누리교회 등 일부 개신교 대형교회와 천주교는 근로소득세를 이미 자진납부하고 있다. 그럼에도 내년 1월 시행될 종교인 과세까지 남은 4개월은 ‘지나치게 부족하다’는 시각이 많다.

한국교회연합(한교연)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한국장로교총연합회(한장총) 소속 목사들은 종교인 과세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교회와 종교 간 협력을 위한 특별위원회 태스크포스(TF)’를 만들었다. TF와 기획재정부·국세청 관계자들은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한교연 사무실에서 문제를 논의했지만 견해차만 재확인하는 데 그쳤다.

TF는 시행령 미비에 따른 조세 불평등을 문제 삼았다. 소득세법 시행령 41조는 “종교단체란 종교를 목적으로 민법에 따라 설립된 비영리법인을 말한다”고 돼 있다. TF는 “영리법인 등 비영리법인화돼 있지 않은 종교단체가 있어 시행 이후 조세 불평등이 우려되고 이를 활용한 탈법·탈세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반발했다.

‘종교인’에 대한 법적 규정이 모호한 것도 논란의 발단이 될 수 있다. TF는 “헌법에서 하위법령까지 종교단체와 종교인에 대한 규정이 명확히 없다”며 “소득 과세로 정부 공인 종교인을 규정하게 돼 정통종교와 이단, 유사종교 간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과세 당국에 의한 무리한 세무조사가 종교탄압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음을 우려했다. TF는 “세무자료 제출 범위와 조사 대상이 명확해야 한다”며 “세무조사 명목으로 종교인 소득 조사가 아닌 평신도와 교단 등 종교계 전체의 소득 조사도 가능해질 수 있다”고 밝혔다. 탈세 관련 제보가 진위와 관계없이 언론 등에 알려져 종교인의 도덕성을 훼손하거나 이단 등이 제보를 악용할 소지도 지적했다.

무엇보다 그간 정부가 종교계와의 소통이 부족했다는 불만이 많다. 한교연 대표회장 정서영 목사는 “종교 종단 종파 간 서로 다른 수입구조와 비용 인정 범위를 어떻게 적용할지 상세한 과세 기준이 준비돼 있지 않다”며 “정부는 시행에 따른 세부사항을 공개하지 않은 채 소통 노력도 없이 시간이 됐으니 시행하자고 한다”고 주장했다.

최귀수 TF 사무총장은 “세금 납부를 안 하겠다는 게 아니라 기준을 정확하게 규정지어 달라는 것”이라며 “개별 교회가 아닌 교회를 대표하는 연합회 등과 진정성 어린 소통을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글=김동우 기자 love@kmib.co.kr, 사진=최종학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