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계는 종교인 과세 취지에는 동의하나 과세 당국의 준비가 미흡해 졸속 과세가 우려된다며 철저한 준비를 촉구하고 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사랑의교회 온누리교회 등 일부 개신교 대형교회와 천주교는 근로소득세를 이미 자진납부하고 있다. 그럼에도 내년 1월 시행될 종교인 과세까지 남은 4개월은 ‘지나치게 부족하다’는 시각이 많다.
한국교회연합(한교연)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한국장로교총연합회(한장총) 소속 목사들은 종교인 과세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교회와 종교 간 협력을 위한 특별위원회 태스크포스(TF)’를 만들었다. TF와 기획재정부·국세청 관계자들은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한교연 사무실에서 문제를 논의했지만 견해차만 재확인하는 데 그쳤다.
TF는 시행령 미비에 따른 조세 불평등을 문제 삼았다. 소득세법 시행령 41조는 “종교단체란 종교를 목적으로 민법에 따라 설립된 비영리법인을 말한다”고 돼 있다. TF는 “영리법인 등 비영리법인화돼 있지 않은 종교단체가 있어 시행 이후 조세 불평등이 우려되고 이를 활용한 탈법·탈세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반발했다.
‘종교인’에 대한 법적 규정이 모호한 것도 논란의 발단이 될 수 있다. TF는 “헌법에서 하위법령까지 종교단체와 종교인에 대한 규정이 명확히 없다”며 “소득 과세로 정부 공인 종교인을 규정하게 돼 정통종교와 이단, 유사종교 간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과세 당국에 의한 무리한 세무조사가 종교탄압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음을 우려했다. TF는 “세무자료 제출 범위와 조사 대상이 명확해야 한다”며 “세무조사 명목으로 종교인 소득 조사가 아닌 평신도와 교단 등 종교계 전체의 소득 조사도 가능해질 수 있다”고 밝혔다. 탈세 관련 제보가 진위와 관계없이 언론 등에 알려져 종교인의 도덕성을 훼손하거나 이단 등이 제보를 악용할 소지도 지적했다.
무엇보다 그간 정부가 종교계와의 소통이 부족했다는 불만이 많다. 한교연 대표회장 정서영 목사는 “종교 종단 종파 간 서로 다른 수입구조와 비용 인정 범위를 어떻게 적용할지 상세한 과세 기준이 준비돼 있지 않다”며 “정부는 시행에 따른 세부사항을 공개하지 않은 채 소통 노력도 없이 시간이 됐으니 시행하자고 한다”고 주장했다.
최귀수 TF 사무총장은 “세금 납부를 안 하겠다는 게 아니라 기준을 정확하게 규정지어 달라는 것”이라며 “개별 교회가 아닌 교회를 대표하는 연합회 등과 진정성 어린 소통을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글=김동우 기자 love@kmib.co.kr, 사진=최종학 선임기자
종교계, 과세 취지엔 동의… 졸속과세는 우려
입력 2017-08-21 18:53 수정 2017-08-21 2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