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강원도 철원 지포리 사격장에서 발생한 K-9 자주포 사고는 화포 내부 폐쇄기에서 연기가 난 뒤 장약 연소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육군은 21일 “사고 자주포에 포탄 1발이 장전된 상태에서 폐쇄기에서 연기와 불꽃이 인 뒤 화재가 발생했다”며 “내부 장약이 모두 연소됐고, 부품들이 외부로 튕겨져 나갔다”고 말했다. 장약은 포탄을 발사할 때 탄을 앞으로 밀어내는 화약이며, 폐쇄기는 포 사격을 하기 전 포신을 밀폐하는 장치이다.
해당부대는 장거리 포병 사격의 정확도 향상을 위한 포구초속 측정사격 실시 중이었다. 사고 자주포는 최대 사거리(40㎞)에 근접한 35㎞ 발사를 위해 강력한 ‘5호 장약’을 사용했으며, 총 6발 사격훈련 중 3번째 발사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육군에 따르면 폐쇄기가 꽉 닫혀있지 않고 압력에 의해 약간 벌어진 상태였다. 육군 관계자는 “사고로 인한 충격으로 벌어진 것인지 사고 전에 이상이 있었던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며 “포신과 폐쇄기 사이에 있는 밀폐링이 제대로 기능했는지도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사고 자주포 정비관은 ‘훈련 전날과 사격훈련 직전 폐쇄기와 밀페링을 점검했지만 이상이 없었다’고 증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탄 발사 버튼 작동 여부도 조사 중이다. 폐쇄기가 제대로 닫히지 않으면 포탄이 발사되지 않지만 이번 사고에서는 포탄이 발사됐다. 포탄 발사 버튼을 작동하는 사수와 부사수는 모두 발사버튼을 누르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육군은 교육훈련 목적의 K-9 사격은 중단했다. 작전대기 중인 K-9은 가동 중이다. 현재 군이 운용하는 K-9은 1000여대이다. 육군은 소방청과 경찰청의 폭발 및 화재전문가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으로 민·관·군 합동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정밀조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육군은 이번 사고로 숨진 이태균(26) 상사와 정수연(22) 상병을 순직 처리했다. 두 명에 대한 합동영결식은 이날 오전 경기 성남 국군수도병원에서 육군 5군단장으로 엄수됐다. 육군은 부상한 5명이 완전히 회복될 때까지 치료비 전액을 지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
K9 자주포 사고, 화포 폐쇄기 화재로 부품 튕겨 나가
입력 2017-08-21 19:19 수정 2017-08-21 2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