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0일 대국민 보고대회를 가졌다.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 이후 두 번째 소통 행보다. 국민이 묻고 대통령과 정부가 답하는 토크쇼 형식으로 진행됐다. 외국 정상 등 귀빈용 시설이었던 청와대 영빈관에 국민들을 초청했다. 콘서트 무대처럼 배치된 좌석, 책상 없이 의자에 걸터앉은 청와대 참모진, 별도 의전이 없었던 문 대통령 내외 참석 장면 등은 신선했다. 과거 정부에선 찾아볼 수 없던 또 하나의 탈권위적 행보다.
거기까지였다. 형식은 새로웠지만 내용은 알맹이가 없었다. 국민의 최대 관심사인 살충제 계란 파동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전쟁설까지 나도는 한반도 위기 상황에 대해서도 답변은 없었다. 탈원전, 인사문제 등도 그러했다. 문 대통령이 직접 답변한 것은 일자리와 저출산 두 가지였다. 국민들이 진짜 궁금해하는 현안에 대한 답변은 빠져버린 것이다. 문재인정부가 하고 싶던 말만 전달된 이벤트 행사라는 느낌을 받기에 충분했다. 야당들이 소통이 아닌 ‘쇼통’이라고 비판할 만했다.
문 대통령이 직접 민주주의를 언급한 대목은 우려스럽기까지 했다. 문 대통령은 “간접 민주주의를 한 결과 우리 정치가 낙오됐다”며 “국민들은 직접 민주주의를 요구하고 있다”고 했다. 직접 민주주의의 사례로 촛불, 댓글, 직접 정책 제안 등을 꼽았다. 야당이 국정의 발목을 잡는다는 깊은 불신이 묻어난다. 70%를 웃도는 높은 지지를 바탕으로 한 자신감의 표출로도 해석된다. 현 야당의 행태를 십분 감안하더라도 문 대통령의 발언은 의회 민주주의를 폄하하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국민의 지성과 함께 나가겠다”는 것은 포퓰리즘에 빠질 수 있는 위험한 발상이다. 국민 지지를 기반으로 야당을 제치고 개혁을 시도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기 때문이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야당과의 협치는 불가피하다. 개혁 추진을 위해서라도 야당을 설득하고 타협하는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문재인정부는 취임 100일과는 다른 새로운 출발점에 서 있다. 인수위도 없이 갑자기 출범한 정부인만큼 지금까지의 자축성 이벤트는 이해가 되는 측면이 있다. 이제는 달라야 한다. 말이 아닌 실천을 통해 국정의 내실을 다져 나갈 때가 됐다. 문 대통령은 21일 을지국무회의에서 “살충제 계란 파동으로 국민들께 불안과 염려를 끼쳐드려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부처간 손발이 맞지 않았고 발표에도 착오가 있었다고 솔직히 시인했다. 올바른 자세다. 이처럼 국민들은 일회성 이벤트보단 대통령의 진솔한 답변을 원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22일부터 31일까지 8일간 정부 부처 업무보고를 받는다. 새로운 형식을 보여주기보단 진지한 토의를 통해 만들어진 결과물을 국민들에게 솔직히 알려주는 게 진정한 의미의 소통이다.
[사설] 이벤트 행사보단 국정 내실 다져 나가야
입력 2017-08-21 1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