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은 다르지만 얼개는 비슷하다. 요즘 방송사들이 선보이는 예능 프로그램들 얘기다. 제작진은 연예인 가족의 일상을 카메라에 담고, 가족 중 다른 누군가는 스튜디오에 앉아 영상을 보며 품평을 쏟아낸다. 이른바 ‘관찰 예능’에 ‘가족 예능’이 더해진 프로그램들이다.
도화선이 된 프로그램은 SBS가 일요일 밤 9시45분에 방영하는 ‘미운우리새끼’(이하 미우새)였다. 미우새는 ‘다시 쓰는 육아일기’라는 부제에서 짐작할 수 있듯 연예인 자녀를 둔 ‘엄마’들이 철부지 아들의 일상을 엿보는 방송이다. 지난해 8월 정규 편성된 미우새는 첫 방송과 동시에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시청률 조사기관인 닐슨코리아가 21일 내놓은 자료를 보면, 전날 전파를 탄 방송분만 하더라도 2부 시청률이 19.2%나 됐다.
문제는 이 같은 프로그램이 지나칠 정도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언젠가부터 방송가에서는 예능의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내는 참신한 콘텐츠를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TV를 켜면 사실상 자기복제 수준인 프로그램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엇비슷한 프로그램을 쏟아내는 방송사로는 SBS가 대표적이다. SBS는 지난달 10일과 이달 2일부터 각각 월요일과 수요일 밤 11시대에 ‘동상이몽2’와 ‘싱글와이프’를 내보내고 있다. 이들 프로그램의 모양새는 미우새와 크게 다르지 않다. 동상이몽2는 부부의 평범한 일상을, 싱글와이프는 사소한 일탈에 나선 아내의 삶을 들여다보는 내용이다.
SBS는 급기야 오는 26일부터는 토요일 오후 6시10분에 종합격투기 선수인 추성훈과 그의 가족의 여행기를 담은 ‘추블리네가 떴다’를 선보인다. 이렇게 되면 월·수·토·일요일에 연달아 ‘가족 예능+관찰 예능’ 포맷의 프로그램을 방영하게 되는 셈이다.
정석희 대중문화평론가는 “똑같은 형태의 콘텐츠가 너무 많아 거북할 정도”라며 “SBS가 너무 안일한 태도로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다른 방송사들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tvN은 지난달 15일부터 토요일 오후 7시40분에 ‘둥지탈출’을 방송하고 있다. 둥지탈출은 연예인 자녀들의 해외 여행기를 그린다. 과거 MBC에서 ‘아빠! 어디 가?’를 연출한 김유곤 PD가 CJ E&M으로 이적해 만든 프로그램으로 방송 전부터 사실상 전작의 복제품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지난 5일 종영한 E채널 프로그램 ‘내 딸의 남자들’ 역시 우후죽순 생겨난 가족 예능 중 하나였다.
전문가들은 비슷한 프로그램이 범람하면서 시청자들이 피로감을 느끼는 수준에 다다랐다고 입을 모았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가족 예능은 결국 연예인 사생활 엿보기”라며 “이런 프로그램이 많아지면 제작진은 결국 눈길을 끌만한 연예인을 섭외하는 데만 몰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음식과 요리를 다루는 ‘쿡방’ 이후 새로운 예능이 나오지 않고 있다”면서 “방송사들이 진일보한 예능 프로그램을 만들어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제목만 다르지 그게 그거… 자기복제 ‘가족관찰 예능’
입력 2017-08-22 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