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단체들이 일부 저비용항공사(LCC) 운임이 대형 항공사보다 비싸다고 지적하면서 진실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LCC업체 간 가격담합이 의심된다며 여당이 적극 개입을 시사한 가운데 ‘저비용’ 항공사를 ‘저가’ 항공사로 착각해 벌어진 무리한 일반화라는 목소리도 크다.
21일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김포∼제주 구간 성수기 주말 항공권 가격의 경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각각 11만3200원, 11만9200원으로 조사됐다. 반면 제주항공·진에어·에어부산·티웨이항공·이스타항공 등 LCC 운임은 10만1200∼10만4100원으로 나타났다. 양대 국적 항공사가 저비용 항공사보다 최대 17.7% 비쌌다.
그러나 무료 위탁수하물이 20㎏까지 허용되고 사전 좌석지정이 가능한 대형 항공사와 달리 LCC 탑승객이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추가 요금이 든다. 이 경우 LCC의 최종 이용료는 12만900∼12만3900원으로 대형 항공사보다 1.4∼9.5% 비싸진다는 게 협의회 설명이다.
협의회 측은 올해 초 LCC들이 일제히 운임을 올린 것을 두고 담합 의혹까지 제기한 상태다. 이에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원대부대표는 지난 10일 정책조정회의에서 “영업이익이 크게 증가한 만큼 시장에서 가격으로 경쟁해야 될 항공사들이 오히려 과점시장을 이용해 폭리를 취하고 있다”며 “당 차원에서 적극 개입해 문제를 풀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LCC업체들은 성수기가 아니라 비수기 평시 운임도 따져봐야 한다고 반박한다. 국민일보가 각 항공사에 문의한 결과 김포∼제주 노선에서 제주항공이 올해 판매한 항공 운임 중 최저가는 편도기준 9000원이다. 진에어(1만3900원) 티웨이항공(1만4000원) 이스타항공(9900원) 등도 정상 운임 대비 최대 90% 싸게 판매 중이다.
반면 대한항공은 특가를 포함해 최저가가 3만3000원, 아시아나항공은 4만3000원에 달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지난해 기준 승객 1명당 평균 운임을 보면 대한항공은 6만1930원, 아시아나항공은 5만2392원이었지만 제주항공은 4만4750원에 그쳤다”며 “일부 시점, 노선만 기준으로 LCC가 대형 항공사보다 값이 비싸다고 하는 건 무리한 일반화”라고 주장했다. 성수기 국내 인기 노선의 경우 LCC의 낮은 가격에 대형 항공사가 운임을 맞추려다 보니 항공료가 동시에 떨어지는 순기능도 있다는 게 LCC업계의 주장이다.
폭발적인 항공수요를 바탕으로 몸집을 불려가고 있는 LCC업계는 하반기에도 성장 전략을 이어갈 계획이다. 제주항공의 경우 현재 29대를 운용 중인 항공기 보유대수를 연말까지 32대로 늘릴 방침이고, 진에어도 기업공개(IPO)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예정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사드 논란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기편이 없는 LCC는 노선 다변화를 통해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며 “하반기 플라이양양 등 지역기반 LCC의 출현 등으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지만 성장세에는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
저비용항공사 운임이 대한항공보다 비싸다고?… 뜨거운 ‘진실공방’
입력 2017-08-22 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