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신화’ 강진구 前 삼성전자 회장 별세

입력 2017-08-20 21:09

한국 전자업계의 산증인으로 삼성 반도체 신화의 초석을 다진 강진구(사진) 전 삼성전자·삼성전기 회장이 19일 별세했다. 향년 90세.

1927년 경북 영주에서 출생한 강 전 회장은 대구사범학교와 서울대 전자과를 졸업했으며, KBS와 미8군 방송국에 근무한 데 이어 중앙일보, 동양방송 이사를 거쳐 73년 삼성전자 상무를 시작으로 ‘삼성맨’이 됐다.

창업주 이병철 전 회장의 신뢰를 받았던 강 전 회장은 삼성전자 대표이사로 임명된 뒤 적자였던 회사를 흑자기업으로 바꿔놓은 데 이어 세계적인 종합 반도체 기업으로 키웠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95년 6월 ‘삼성 명예의 전당’ 설립과 동시에 첫 번째로 헌액됐다. 특히 전자공업진흥회장, 전자산업진흥회장, 전자부품연구원 이사장 등을 지내며 국내 전자업계를 대표하는 인물로 꼽혔다. 스스로 ‘전자 인생’을 살았다고 말한 강 전 회장은 금탑산업훈장, 벨기에 그랑그로스왕관훈장, 포르투갈 산업보국훈장, 정보통신대상, 장영실과학문화상 등을 받았다. 2000년 12월 건강 문제와 후진 양성을 이유로 삼성전기 회장직을 사임하면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96년 강 전 회장이 발간한 회고록 ‘삼성전자 신화와 그 비결’의 추천사에서 “오늘의 삼성전자를 있게 한 최대의 공로자”라며 “세계 전자업계에서조차 강 회장을 한국 전자산업의 대표적 전문경영인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유족으로는 강병창 서강대 교수, 강선미 서경대 교수와 강선영씨가 있다. 강 전 회장의 빈소는 삼성서울병원에 마련됐다. 발인은 23일 오전 8시.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