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야구(MLB) LA 다저스의 ‘괴물’ 류현진이 불운의 아이콘이 되고 있다. 잘 나가는 다저스 타선이 류현진이 마운드에 오르면 약속하듯이 침묵한다. 실제 통계로 봐도 류현진에 대한 타자들의 득점지원이 메이저리그 주요 투수 중 뒤에서 두 번째일 정도로 형편없다. 구위를 회복하고 있는 류현진은 따르지 않는 승운에 승수 쌓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류현진은 19일(현지시간)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코메리카 파크에서 열린 2017 MLB 정규리그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동안 3피안타 4삼진 무실점의 호투를 펼쳤다. 하지만 팀 타선이 상대 선발 마이클 풀머에 꽁꽁 묶였다. 류현진은 5회까지 89개의 공을 던지고 교체됐다. 이때까지 0의 행진을 이어가던 다저스는 류현진의 강판 후 득점에 성공, 3대 0으로 디트로이트를 제압하며 6연승을 달렸다. 류현진은 5승 달성을 다시 미뤄야 했다.
야구 통계사이트 팬그래프닷컴에 따르면 류현진은 이날까지 90이닝 이상을 던진 117명의 투수 중 팀 득점지원이 9이닝당 3.36점에 불과해 116위에 그쳤다. 꼴찌는 류현진의 다저스 옛 동료인 우완 리키 놀라스코(LA 애인절스)로 9이닝당 득점지원이 3.09점이다.
반면 클레이튼 커쇼(5.41점), 알렉스 우드(6.44점), 마에다 겐타(6.66점), 리치 힐(5.17점) 등 류현진 외 다저스 선발 투수들은 모두 5점 이상의 득점지원을 받았다. 특히 류현진과 5선발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마에다는 류현진보다 2배가량 많은 득점지원을 받아 대조를 이뤘다.
마에다는 올 시즌 21경기에 나서 105⅓이닝을 던지며 11승 4패 평균자책점 3.76을 기록 중이다. 류현진은 19경기에서 101⅔이닝을 소화해 4승 6패 평균자책점 3.45를 나타냈다. 류현진은 비슷한 이닝에 마에다보다 평균자책점이 조금 낮았지만 승수에서는 현격한 차이가 난다.
그렇다고 팀 타선이 약한 것도 아니다. 다저스의 팀타율은 0.258로 MLB 30개팀 중 13위에 올라 있다. 팀홈런은 10위(174홈런), 팀득점은 6위(620득점)다. 게다가 다저스는 MLB에서 승률 0.719(87승 34패)로 압도적인 1위를 보일 정도로 공수 짜임새가 있는 팀이다. 류현진이 이런 팀의 도움을 못받는 것은 의아스러울 정도다.
가장 낮은 수준의 득점지원을 받은 놀라스코는 올 시즌 25경기(139⅔이닝)에서 6승 12패 평균자책점 5.16을 적어냈다. 애인절스는 팀타율 27위(0.244), 팀홈런 24위(139홈런), 팀득점 24위(527득점) 등 각종 공격 지표에서 하위권이다. 타선의 힘이나 평균자책점 등을 고려하면 놀라스코보다 류현진이 더 불운한 셈이다. 한편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득점지원을 많이 받는 투수는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브래드 피콕으로 9이닝당 무려 9.71점이나 됐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
야속한 타선… ‘괴물’ 류현진, 또 ‘빈 손’
입력 2017-08-21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