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배넌(사진) 미국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지난 18일(현지시간) 전격적으로 경질됨으로써 그가 정책 전반에 덧칠해 온 극우·고립주의적 색채가 상당부분 탈색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무역과 기후변화, 이민, 아프가니스탄 전쟁, 한반도 위기 등 미 행정부의 거의 모든 분야에 폭넓고 깊숙이 관여해 온 그의 부재로 부문별 새로운 ‘실세’들도 새롭게 부각될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밑그림을 그렸던 배타적 고립주의자 배넌이 물러나면서 미국이 국제 현안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전통적 개입주의가 강화될 것이라고 1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는 내다봤다. 배넌의 ‘미국 우선 고립주의’ 노선과 적잖은 충돌을 빚어온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과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등의 운신 폭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배넌의 경질에 대해 “미국 대외정책의 내부 브레이크가 제거됐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트럼프의 ‘오른팔’을 끌어내린 것 자체가 백악관 내 개입주의자들의 승리라는 평가도 많다. 배넌이 대북 군사해법 부재와 주한미군 철수 논의 운운 등으로 미 행정부와 독불장군식 엇박자를 내며 결정적으로 입지가 좁아진 반면 미국이 ‘세계의 경찰’로 복귀해야 한다고 믿는 이들은 아프간 추가 파병 등의 논의까지 공론화시켰다.
개입주의자들의 득세는 취임 3주 만에 결과적으로 백악관을 장악한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도 새롭게 부각시키고 있다. 해병대 대장 출신으로 국토안보장관에서 자리를 옮긴 켈리 비서실장은 앤서니 스카라무치 전 공보국장에 이어 정권의 최고 실세마저 몰아내면서 존재감을 과시했다. 앞서 배넌은 스스로 백악관을 나왔다고 주장했지만 미국 언론들은 배넌 퇴출 결정이 켈리 비서실장의 작품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편에선 배넌이 백악관 밖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더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지만 배넌은 선을 긋는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극우 성향 매체 ‘브레이트바트’로 복귀한 배넌에게 “브레이트바트에서 터프하고 영리한 새로운 목소리가 될 것”이라며 “가짜뉴스는 경쟁이 필요하다”면서 주류 언론과 맞서 싸워줄 것을 독려했다. 하지만 배넌은 자신의 경질로 “우리가 싸워 쟁취했던 트럼프 대통령직은 끝났다”고 일축했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
배넌 빠진 백악관 ‘개입주의 외교’로 바뀌나
입력 2017-08-21 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