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삐삐.”
시속 45㎞로 달리던 버스 앞으로 차량 모양의 대차가 나타나자 버스 앞에 장착된 센서가 작동해 곧바로 운전자에게 경고음을 울렸다. 세 번의 경고음이 들리고 2초 뒤에 차량이 급정거하자 여기저기서 비명이 흘러 나왔고 물건도 떨어졌다.
교통안전공단이 18일 경기도 화성시 자동차안전연구원 주행시험장에서 첨단안전장치를 탑재한 대형버스에 기자단을 태우고 시연회를 진행했다. 지난달 경부고속도로에서 발생한 광역버스 추돌사고 등 졸음운전으로 인한 대형 사고가 잇따르자 차량의 첨단안전장치의 중요성이 커진 데 따른 것이다.
시연회에서 운전자는 졸음운전 상황을 가장해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결국 센서가 버스를 멈춰 세웠다. ‘끼익’ 소리를 내며 선 버스와 앞차의 간격은 50㎝도 채 되지 않았다.
자동비상제동장치(AEBS)를 탑재하지 않았다면 충돌할 만한 상황이었다. AEBS는 앞 차량과의 거리를 감지하는 레이더 센서와 차량의 형태를 감지하는 비전센서로 충돌을 예상한다. 충돌 가능성이 있을 경우 자동으로 주행 속도를 줄이고 충돌 위험이 감지되면 두 차례에 걸쳐 경고를 보내도록 돼 있다. 운전자의 반응이 없으면 스스로 제동장치도 작동시킨다.
다음 시연을 위해 이동한 버스엔 비전센서만으로 작동하는 전방충돌경고장치(FCWS), 차로이탈경고장치(LDWS)가 탑재돼 있었다. 이 버스는 실제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는 운행 차량이다. 운전자가 졸음이나 부주의로 차선을 벗어나는 상황을 가정해 방향등을 켜지 않고 차선을 이탈하자 운전자 앞 쪽 디스플레이에 우측 차선이 빨간 빛을 내며 깜빡였다. 경고음도 들렸다. 잠시 후 디스플레이에 차선과 함께 차량이 나타나자 FCWS가 작동했다. 앞 차와 충돌하기 2초 전 디스플레이 속 차량이 빨간색으로 바뀌며 깜빡였다. 운전자의 등받이에 있던 패드도 강한 진동을 보내자 운전자가 운전대를 왼쪽으로 꺾었다.
시연회에서 관계자들이 특히 강조한 것은 운전자와 탑승자들이 스스로 안전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첨단안전장치는 사고 충격을 완화시켜줄 뿐 사고를 막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운전자들의 만족도는 높았다. 이날 첨단안전장치가 장착된 버스를 운전한 이관일(51) 승무원은 “일단 마음에 안정이 된다”면서 “실제 고속도로에서 시속 80㎞로 달리는 상황에서 앞 차량과 10m 거리로 좁혀지면 바로 경고 패드에서 진동을 줬다”고 말했다.
시연회에선 공단이 자체 개발한 ‘디지털운행기록계 활용 피로운전 단속기'(DTG) 작동도 공개했다. 운행기록계의 데이터를 추출한 뒤 태블릿PC로 옮겨 분석하자 차량의 운행속도와 기사 휴식시간 등이 한눈에 들어왔다.
화성=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르포] 삐삐삐 경고음 2초 뒤, 센서가 버스 멈춰 세웠다
입력 2017-08-21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