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병과 싸우는 ‘네 살 셰프’… 간모세포종 투병 장선호 군

입력 2017-08-21 05:04
희귀난치병인 간모세포종을 앓고 있는 장선호군(왼쪽)이 형 원호군과 함께 20일 서울 중구 명동의 레스토랑 캘리포니아피자키친(CPK)에서 직접 피자를 만들어보고 있다. 장군의 ‘1일 요리사 체험’은 국민일보와 한국메이크어위시재단이 공동 주관한 ‘희귀난치병 환아 소원 들어주기’ 캠페인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최현규 기자

“땡!”

네 살배기 셰프가 고사리 같은 손으로 요리가 다됐음을 알리는 종을 울렸다.

서울 중구 명동의 레스토랑 캘리포니아피자키친(CPK)에서는 20일 간모세포종을 앓고 있는 장선호(4)군을 위한 특별한 주방이 마련됐다. ‘희귀난치병 환아 소원 들어주기’ 캠페인을 주관하는 국민일보와 한국메이크어위시재단이 이번에는 선호의 꿈을 이뤄주기 위해 나섰다.

선호가 앓고 있는 간모세포종은 간에 종양이 생기는 병으로 수술이나 항암치료를 해야 한다. 선호는 지난해 11월부터 지난달까지 8개월여간 투병생활을 했다. 아직 어린 선호에겐 버거운 일이었다. 지금은 치료가 끝났지만 계속 검사를 받고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

선호의 꿈은 요리사다. 놀이를 할 때도 장난감보다는 주방도구를 찾는다. 주방놀이를 하면서 선호는 힘든 시간을 버텼다. 일주일에 두세 번은 어머니와 할머니의 도움을 받아 머핀 쿠키 케이크 만들기에 도전했다. 성공한 적은 없지만 선호에겐 자동차나 로봇 장난감보다 주방도구가 익숙하다.

선호는 이날 평소 일어나는 시간보다 1시간가량 이른 오전 6시에 눈을 떴다. 어머니 신혜영(37)씨는 “어젯밤 ‘내일 요리사가 된다’고 외치며 뛰어다니더니 아침에는 잔뜩 긴장한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이날 선호의 형인 원호(7)군과 CPK의 박상수 셰프가 선호를 도와 케일 시저 샐러드와 토마토 피자, 디저트인 쇼트케이크를 만들었다. 작은 체구에 딱 맞는 아동용 셰프복에는 자수로 이름 석자가 새겨졌다. 분홍색 체크무늬 모자도 평소 선호가 좋아하는 색깔로 준비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진짜 칼을 잡아본 선호의 표정은 사뭇 진지했다. 작은 손으로 칼을 잡고 치즈를 자르면서 만족스러운 듯 미소를 짓곤 했다.

자신이 잘하고 있는 건지 연신 박 셰프의 눈치도 봤다. 박 셰프가 “잘했어요”라고 칭찬하자 수줍게 웃었다. 마지막으로 디저트인 쇼트케이크를 만들고 주방을 나오는 선호에게 소감을 묻자 대답 없이 환한 미소로 대신했다.

CPK는 지난해 한국메이크어위시재단과 협약을 맺고 1개 메뉴를 선정해 판매 수익금의 2%를 선호의 소원성취기금(위시디시기금)으로 적립해 400여만원을 모았다.

재단은 1년에 300명이 넘는 희귀난치병 환아의 소원을 들어주고 있다. 2005년부터 현재까지 3700여명의 아이들이 재단의 도움으로 꿈을 이뤘다.

글=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사진=최현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