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3위를 차지하고 있는 국내 조선업계가 세계 최대 규모의 컨테이너선 일감을 중국에 빼앗겨 충격에 빠졌다.
20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세계 3대 해운사인 프랑스 ‘CMA CGM’은 최근 후둥중화조선, 상하이와이가오차오조선 등 중국 업체 2곳과 2만2000TEU급 초대형 컨테이선 9척에 대한 건조의향서(LOI)를 체결했다. 발주 규모는 약 14억4000만 달러(1조6000억원)다. 이번 수주전에는 국내 조선 3사가 모두 참여했고 현대중공업이 막판까지 경합을 벌였지만 결국 중국 업체가 승리했다.
당초 현대중공업은 승리를 자신했다. 여용화 현대중공업 선박영업본부 상무는 지난 1일 2분기 실적발표회에서 “과거에 CMA CGM과 단독으로 협상해 대형 컨테이너선을 수주한 경험이 있어 수주를 따낼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며 자신감을 내비쳤지만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예상 밖의 패배는 가격 경쟁력 탓으로 분석된다. 업계에 따르면 2만2000TEU급 컨테이너선 가격은 중국 조선소의 경우 1억4000만 달러에 그치지만 국내 조선소는 1억5000만 달러로 7% 이상 비싸다. 여기에 벙커C유와 액화천연가스(LPG) 등 이중연료 엔진을 장착하면 국내 조선소의 선박 가격은 9% 이상 올라 격차가 더 커진다.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도 막판 변수로 작용했다. 중국의 경우 선박 건조비용 일부를 선주사가 준비하면 나머지를 정부가 선박금융제도를 통해 지원한다. CMA CGM과 중국 국영 해운사인 COSCO(중국원양운수) 간 해운 동맹 관계(오션얼라이언스)도 수주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수주에 이어 선박 건조가 성공적으로 진행될 경우 중국 조선소가 사상 처음으로 초대형 컨테이너선 건조 경험을 갖게 되고, 가격 경쟁력과 기술을 앞세운 중국에 국내 조선업계가 계속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이어진 조선·해운 구조조정으로 국내 업황이 바닥을 치는 사이 중국 등이 우리의 빈자리를 점유해 가고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 국적선사의 선박 발주에 대해 지원책을 더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
[비즈카페] 중국에 패한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 수주
입력 2017-08-20 18: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