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러시아의 기독교인들이 한 자리에 모여 종교개혁 500주년의 의미를 되새기고 러시아 선교의 미래를 함께 고민했다.
서울 강남구에 있는 대치순복음교회(한별 목사)는 지난 16일∼19일(현지시간) 러시아 노보시비르스크 나자렛교회에서 열린 ‘종교개혁 500주년 23차 한국·러시아 오순절 연합성회’에 참석했다. 대치순복음교회와 러시아 ‘서부시베리아오순절교회연합’(시베리아교회연합·노회장 안드레이 하루쉰카 목사)은 1995년부터 매년 연합성회를 이어오고 있다.
성회 셋째날인 지난 18일엔 메인 행사인 ‘종교개혁 500주년 한국·러시아 선교포럼’이 진행됐다. 이번 포럼은 시베리아교회연합 차원에선 처음으로 개최된 학술대회다. 포럼 시작 전 한별 목사는 “성령의 역사를 통한 경험적 신앙을 갖는 동시에 단단한 신학을 갖춰 균형을 잡는 게 중요하다”고 환영사를 전했다.
포럼은 러시아 현지 목사들의 발제로 3시간 동안 진행됐다. 하루쉰카 목사는 ‘종교개혁이 현재 교회에 미친 긍정적 영향’이란 발제를 통해 “16세기 종교개혁의 영향으로 사람들에게 복음이 더 쉽게 전달될 수 있었다”며 “예수님을 영접한 러시아 성도들도 이제 사회에 복음을 전해야 한다”고 했다. 블라디미르 레비데브(노보시비르스크 반석위에 교회) 목사는 ‘마약재활센터를 통한 성령의 역사’란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90년대 마약이 러시아를 덮쳐 수백만명의 삶을 파괴했다”면서 “재활센터에서 많은 마약중독자들이 그리스도를 영접하고 성령 충만해져 복음전도자로 헌신했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함께 찬양하고 설교를 듣는 집회시간도 가졌다. 한 목사는 지난 18일 집회에서 “사람의 눈이 아닌 하나님의 안목으로 세상을 봐야 한다”며 “마약에 중독됐던 여러분을 회복시킨 하나님이 러시아를 복음으로 회복시켜 달라고 기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러시아 교인들은 “아민(아멘)”이나 “하라쇼(좋습니다)”라고 화답했다.
시베리아교회연합 교인들에게 연합성회는 매년 열리는 축제다. 이번 성회에는 노보시비르스크 고르노알타이스크 등에 있는 교회 36곳에서 목회자와 평신도 350여명이 참석했다. 출석교인 50명을 넘는 교회가 많지 않은 상황을 고려하면 꽤 큰 규모의 집회다. 성회에 참석한 교인들은 서로 “즈드라스트 부이쩨(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며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다가가 포옹했다. 또 집회가 끝난 후엔 삼삼오오 모여 커피와 홍차, 과자를 먹으며 친목을 다졌다. 러시아 교인들이 대치순복음교회 교인들에게 다가가 과자와 차를 건네고 스마트폰으로 함께 사진을 찍는 모습도 보였다.
한없이 환한 얼굴로 찬양하는 러시아 교인들에겐 마약이란 어두운 과거가 자리하고 있다. 그들이 빛으로 나오기까지 한국 선교사들은 중요한 역할을 했다. 발제자로 나섰던 레비데브 목사는 “마약에 5년간 중독됐다가 재활센터에서 예수님을 영접하고 회복됐다”고 말했다. 연합성회에 참석한 조마리아 선교사는 “이번 성회에 온 교인 절반은 마약중독 경험이 있다”며 “이들은 한국 선교사들이 세운 마약재활센터를 통해 복음을 받아들이고 마약을 끊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선교는 이제 시작이다. 한 목사는 “90년대 초 러시아에 만연했던 마약 문제를 기독교가 나서서 해결할 수 있었다”며 “이제 걸음마를 뗀 러시아 선교에 한국교회가 적극 관심을 갖고 기도로 동역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노보시비르스크=글 ·사진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한·러 기독인들, 러시아 선교의 미래 함께 연다
입력 2017-08-21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