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인 재팬] “日本 문화적 특성 이해해야 일본인 마음 문 열어”

입력 2017-08-21 00:00

나카지마 슈이치(中島秀一·80·사진) 오기쿠보영광교회 담임목사는 지난달 서울 성내동 오륜교회 금요기도회에서 설교에 앞서 90도로 굽히며 과거 일본의 침략행위에 대해 사죄했다. 그는 한국에 올 때마다 이렇게 사죄한다.

20일 일본 도쿄 스기나미구 오기쿠보영광교회에서 나카지마 목사를 만나 계속된 사죄 이유를 물었다. 그는 “남의 발을 밟은 사람은 금세 잊어버리지만 밟힌 사람은 쉽게 잊지 못하는 법”이라며 “이제 그만해도 되지 않느냐는 분들도 있지만 사죄할 때 박수가 터져 나오는 것을 보면 아직 아픔과 상처가 남아 있어서 그만둬선 안 되는 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또 “역사에 대해 무지한 일본 젊은이들에게 나처럼 나이든 사람들이 사죄를 통해 과거에 이런 일이 있었음을 계속 알려줄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나카지마 목사는 일본예수그리스도교단 위원장, 일본복음연맹 이사장 등을 역임하며 한국 교계와 교류에 힘써 왔다. 지금도 한국 교회가 잘 하는 점을 배우려 애쓰고 있다. 최근 오륜교회를 찾은 것도 수많은 교회가 인터넷 생중계로 참여하는 연합기도회인 다니엘기도회를 벤치마킹하기 위해서였다.

일본 교계 원로인 그에게 기독교가 일본에서 확산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를 물어봤다. 그는 “일본 특유의 애니미즘과 다신교 전통이 하나님 유일신을 선뜻 믿기 어렵게 만든다”면서 “일본사람은 한국인과 달리 모든 종교에 깊이 빠지지 않는 습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많은 일본인이 신정에 신사 참배하고, 오봉(일본의 추석)에는 사찰에 가며, 성탄절엔 크리스마스트리로 자기 집을 꾸민다. 그는 여러 신을 동시에 섬기는 듯한 모습에 대해 “진지하게 신을 찾고 간구하는 행위라기보다 의례적인 습관”이라며 “이런 문화적 특성을 이해하고 선교에 나서야 일본인의 마음을 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인들의 이런 인습을 차근차근 이해해 나가야 한다는 게 나카지마 목사의 지론이다. 그는 “요즘 도쿄 내 호텔 결혼식 대부분이 기독교식일 정도로 많은 일본인이 기독교에 호감을 갖고 있다”며 “높은 호감도가 입교로 이어지려면 폐쇄적인 일본 교회들이 더 문턱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 교회가 기도와 전도에 소홀해 교인을 잃고 있는 점도 반성했다. “일본에선 세례를 하기 전 10차례 가까이 공부시키고 철저히 다짐받는 데도 불구하고 2,3년 만에 교회를 떠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교회가 신학과 교리에만 너무 몰두해 그런 듯 합니다. 한국 교회처럼 기도와 전도를 좀 더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도쿄=글·사진 천지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