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니카공화국 푼타카나-마카오에너지 컨소시엄(CEPM)과 2006년 체결한 공사는 75만 달러짜리였다. 과거엔 발전기 수리, 정비만 했지만 발전소 토목, 설치공사까지 하기는 처음이었다.
한국에서 엔진, 보조기기, 설치 자재를 실은 컨테이너만 35개가 왔다. 외부에서 고객과 미팅을 마치고 사무실로 들어오는 길이었다. 운전 중 다급한 전화 한통이 걸려왔다. “사장님, 큰일 났습니다. 컨테이너가 넘어져 불이 났습니다.” “뭐라고?”
이번엔 설치하지도 않은 발전기에 화재가 났다니 눈앞이 캄캄했다. 부두에 달려가 보니 배에서 컨테이너 박스를 내리다 엔진장치의 두뇌라 할 수 있는 컨트롤 패널이 들어있는 박스가 떨어져 불이 난 것이다. ‘운송보험을 들어놓지 않았던 것 같은데….’ 비용을 아낀다고 선박까지만 보험을 들어놨던 것 같았다. 불길한 예감이 스쳤다.
직원을 시켜서 보험관계를 확인했다. “보험보장 범위가 컨테이너를 내리는 공사현장까지 돼 있습니다.” “공사현장까지라고? 오, 하나님 감사합니다.” 사정은 이랬다. 담당 직원이 보험료를 계산해보니 도미니카공화국 항구와 공사현장까지의 보험료가 3%밖에 차이나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내 지시를 무시하고 공사현장까지 보험료를 가입했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위기를 넘기고 발전소 설치를 마쳤다.
2007년 말이었다. CEPM에서 발전소를 증설해야 하는 데 신형 발전기를 구입할만한 여력이 없다고 했다. 마침 한국의 DECCO라는 회사를 통해 수원 삼성코닝 공장에서 운전 중인 핀란드산 바질라 엔진발전소를 폐기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도미니카공화국 경제 발전 단계로 볼 때 분명 전기수요가 추가로 생길 것이다.’
그런데 돈 단위가 너무 컸다. 800만 달러짜리 엔진이었다. 도박과 같았다. 기도로 매달리는 방법밖에 없었다. “하나님 아버지, 폐기되는 엔진을 가져와 재활용을 하는 게 맞을까요, 포기하는 게 맞을까요. 액수가 너무 큽니다.” 오랜 기도 끝에 마음의 평안함이 찾아왔다. 곧바로 흥정에 들어갔다. 폐기하는 엔진이라 4분의 1 가격으로 가져왔다.
내 예상은 적중했다. 아무리 폐기 엔진이라 하더라도 부품을 바꾸면 새것과 같은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매출은 급상승했다. 그해 100만 달러의 수익을 냈다. 그때부터 도미니카공화국에 학교와 교회를 짓기 시작하고 선교사님께 선교비를 보내기 시작했다.
아이티에 발전기를 팔기 위해 들어간 것은 2006년부터다. 그러나 정치·경제 상황이 호전되지 않아 계속 유보됐다. 기회는 2008년 찾아왔다. 아이티 전력공급 사업 낙찰을 받은 것이다. 그런데 미국의 금융위기로 전체 투자액의 40%를 대기로 했던 도미니카공화국 현지업체가 발을 뺐다. ‘큰일 났다. 응찰 불이행이 되면 발전소 공급이 취소되고 투자자들은 막대한 위약금을 물게 된다.’ 또다시 간절한 기도에 들어갔다. 그리고 한국동서발전을 설득했다. 동서발전은 아무래도 한국과 멀리 떨어진 오지에서 진행되는 프로젝트이다 보니 주저했다.
“아이티는 한국의 1960년대 모습과 같습니다. 경제적 번영을 이룬 대한민국이 후진국을 도와야 하지 않겠습니까.” “좋소. 우리가 30%를 투자할테니 최 사장도 10%를 투자하시오.” “좋습니다.” 그렇게 한국동서발전, 아이티 투자자들과 함께 32㎿ 엔진 발전소를 짓기로 했다. 그리고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을 아이티 전력청에 15년 동안 공급하기로 했다. 그런데 2010년 1월 12일 엄청난 사건이 발생했다.
정리=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역경의 열매] 최상민 <9> 오랜 기도 끝 투자 결정한 사업서 큰 성공
입력 2017-08-21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