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통령 “한반도 문제 해결 주인은 우리라는 DJ원칙 지킬 것”

입력 2017-08-19 05:00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현충관에서 열린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에 앞서 거동이 불편한 이희호 여사를 배려해 무릎을 구부린 채 대화를 나누고 있다.이병주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정세균 국회의장, 여야 대표 등이 18일 김대중(DJ)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에 일제히 참석했다. 지난 대선에서 맞붙었던 문 대통령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도 한자리에 모여 김 전 대통령을 추모했다.

문 대통령은 18일 국립서울현충원서 열린 추도식에서 “(김대중) 대통령님은 햇볕정책을 통해 얼어붙은 남북관계를 개선했다. 두 번에 걸친 연평해전을 승리로 이끈 분도 김대중 대통령님”이라며 “안보는 안보대로 철통같이 강화하고, 평화는 평화대로 확고하게 다지는 지혜와 결단력을 발휘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김대중 대통령님이 보여주신 통일을 향한 담대한 비전과 실사구시의 정신, 안보와 평화에 대한 결연한 의지로 한반도 문제 해결의 주인은 바로 우리 자신이라는 원칙을 흔들림 없이 지켜낼 것”이라며 “나아가 평화를 지키는 안보를 넘어 평화를 만드는 안보로 한반도 평화와 경제 번영을 이뤄가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는 추도사에 앞서 이희호 여사와 만나 잠시 환담했다. 이 여사는 건강을 염려하는 문 대통령에게 “훌륭하시더라”고 했고, 김 여사를 향해선 “너무 잘해 주셔서 자랑스럽다”고 덕담을 건넸다.

문 대통령은 참석 인사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안부를 묻는 과정에서 홍 대표와 조우했다. 문 대통령이 악수를 건네자 홍 대표도 웃으면서 가볍게 목례를 했다. 안 전 대표는 행사장 자리 뒤편에 앉아 문 대통령과 마주치지 않았다. 여야 5당 대표들은 나란히 앉아 정 의장과 문 대통령의 추도사를 경청했지만 서로 대화를 나누지는 않았다. 홍 대표는 다른 참석자와 달리 추도식 대부분 눈을 감고 있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호남 쟁탈전을 벌이고 있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원로들이 대거 참석했다. 민주당에서는 문희상 의원과 원혜영 의원 등 중진들이, 국민의당에서는 박지원 전 대표와 권노갑 상임고문 등 동교동계 인사들이 참석했다.

여야 당대표들은 추도식이 끝난 후 김 전 대통령 묘역을 찾아 헌화와 분향을 했지만 홍 대표는 불참했다. 행사에는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 등 국무위원도 참석했다.

정치권도 한목소리로 김 전 대통령을 추모했다. 특히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서로 ‘DJ의 적자’라고 강조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김대중 정신 위에 민주주의의 꽃이 활짝 필 수 있게 야무지게 걸어가겠다”며 “김 전 대통령의 숭고한 의지를 계승해 적폐 청산, 사회 대개혁, 국민 대통합을 차분히 실현하고 있는 문재인정부를 헌신적으로 뒷받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은 김 전 대통령으로부터 외교와 인사 등을 배워야 한다. 국민의당은 김대중 정신을 끝까지 계승하고 이어나갈 것”이라고 했다.

바른정당에서는 김 전 대통령을 보수의 큰 어른으로 대우해야 한다는 발언도 나왔다. 하태경 바른정당 최고위원은 원내대책회의에서 “김 전 대통령에 대한 보수진영의 빨갱이 몰이를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전 대통령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위해 평생을 바친 분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뿐만 아니라 김 전 대통령도 보수의 큰 어른으로 모실 때가 됐다”고 말했다.

강준구 노용택 기자 eyes@kmib.co.kr, 사진=이병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