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청운효자동 주민들이 17일 ‘시위 반대를 위한 시위’에 나섰다. 대다수가 30년 이상 거주한 토박이들이었다. 마이크나 확성기를 쓰지 않았다. ‘예전처럼 조용히 살고 싶어요’ ‘집회 시위 제발 그만’이라는 손팻말을 들었다. 연일 계속되는 시위·집회에 그 어느 곳보다 조용했던 동네 주민들이 ‘조용한 시위’로 분노를 표출한 것이다.
시위대가 몰리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촛불집회부터였다. 지난 6월 청와대 앞길이 24시간 개방되면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주민 대책위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5∼8월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만 300여건의 시위·집회가 열렸다. 인근으로 확대하면 하루 평균 40건의 집회·시위가 개최됐다. 청와대와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온갖 민원이 분출하는 집회와 시위의 온상이 된 것이다.
최대 고통은 시도 때도 없이 이어지는 소음이다. 주민들이 자체 측정한 집회장 주변 소음은 90㏈(데시벨)이다. 환경정책기본법과 집시법상 기준인 65㏈을 훌쩍 넘고 있다. 확성기·마이크를 사용하거나 노래를 틀어놓은 탓이다. 한 빵집은 시위로 매출이 떨어져 매장 규모를 줄이기로 했다. 장애인 학생들은 학습권과 보행 안전을 위협받고 있다. 시각장애인의 나침반인 보도 위 점자블록을 시위대가 점령하기 일쑤다. 휠체어가 다닐 만한 통로도 번번이 막히고 있다.
집시법 8조 5항은 재산·시설에 피해가 발생하거나 학습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으면 집회·시위를 금지하거나 제한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집회·시위도 좋지만 법의 허용 범위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 청운효자동 주민들의 조용히 살 권리도 보호받아야 마땅하다. 집회 시간을 엄격히 적용하고 시위 용품을 제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청와대 주변이 더 이상 시위대만을 위한 공간이 되지 않도록 불법행위에 대해선 단호한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사설] 청운효자동 주민들 오죽 답답했으면…
입력 2017-08-18 17: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