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류 식약처장에게 국민건강권 맡겨선 안 된다

입력 2017-08-18 17:56
자고 나면 살충제 계란 생산농가가 늘어나고 심지어 새로운 살충제를 사용한 사실마저 드러나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지만 관련 부처의 대응 능력을 보면 심각하기 짝이 없다. 좀 심하게 말하면 살충제 계란 그 자체보다 관련 부처의 무능과 무책임이 더 위험하다. 사태 파악은커녕 초보적인 통계조차 파악하지 못할 정도였다. 우리 부처 소관 업무가 아니다라는 말로 책임을 떠넘기는 장관과 처장에게 국민건강권 업무를 맡겨도 되는지 심히 걱정된다.

정부는 18일 산란계 농가를 대상으로 전수조사 한 결과, 총 49곳에서 살충제 농약이 검출됐다고 밝혔으나 앞으로 더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확인된 비펜트린 외에 피프로닐, 에톡사졸, 피리다벤 성분이 추가로 검출된 점을 감안하면 지금까지 확인되지 않은 또 다른 살충제가 사용됐을 수도 있다. 또 생산자와 생산지를 표시한 난각코드가 없는 계란이 시중에 유통된 사실도 확인됐다. 실상이 이러니 어디서 누가 얼마나 생산해서 어떤 경로를 통해 팔았는지를 정확하게 파악한다는 것은 애초 불가능한 일이다.

백번 양보해 살충제 계란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고 치자. 그러나 정부 부처 대응 능력과 태도를 보면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관련 통계를 수시로 수정해 불신을 자초했고, 특히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의 무능과 무책임은 보기 민망할 정도다. 류 처장은 계란 생산량, 국내 소비량, 살충제 계란 유통량마저 파악하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보고를 받지 못했다” “농식품부 업무라 파악 못했다”고도 했다. 지난 10일엔 “국내산 계란은 문제가 없다”고 큰소리쳤다. 능력도, 책임감도 눈 씻고 봐도 찾을 수 없다. 오죽했으면 이낙연 국무총리가 “이럴 거면 브리핑을 하지 말라”고 질타했을까. 야 3당도 류 처장 해임을 요구했는데 결코 과하지 않다. 대통령은 더 이상 그에게 국민건강권을 맡겨선 안 된다. 경질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