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미 FTA 개정 협상, 의제부터 선점하라

입력 2017-08-18 17:55
한·미 양국이 22일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공동위원회 특별회기를 서울에서 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끔찍한 협상”이라며 재협상 의지를 내비친 만큼 FTA 개정 협상이 시작되는 수순으로 봐야 한다. 치밀한 전략을 통해 당당하게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확실히 챙겨야 한다.

상황이 우리에게 불리한 것만은 아니다. 지난달 말 미국 쇠고기업계와 양돈업계는 미 무역대표부(USTR)에 한·미 FTA 발효 후 한국에 대한 수출 성공을 주목해 달라면서 개정 협상에 반대한다는 서한을 보냈다. 이들 단체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자유무역협정의 ‘폐기’를 주장했을 당시 반대 입장을 표명해 ‘재협상’으로 수위를 낮추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동차와 철강업계의 불균형을 개선하기 위해 재협상하겠다고 하지만 이들의 표심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를 지렛대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한·미 FTA 개정 협상 요구에 대해 미국과 당당히 협상할 것”이라고 했다. 당연하다. 상품 부문은 우리가 이익을 보지만 서비스 부문에서는 적자를 보고 있고, 미국에 대한 투자액도 우리가 훨씬 많다는 점을 부각시켜 양국간 균형을 이루는 윈윈 협상을 해야 한다. 의제 선점도 치고 나가야 한다. 미국 쪽은 당장 개정 협상을 요구할 것이 뻔하다. 하지만 한·미 FTA 발효 후 5년간 효과를 분석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이를 토대로 우리가 적자를 보는 지적재산권과 여행 등 서비스 부문과 투자자·국가소송제(ISD), 반덤핑관세 등 무역규제 남용 등에서 미국 쪽 양보를 얻어내야 한다.

공동위원회 특별회기는 요청을 받은 국가에서 개최하도록 한·미 FTA 협정문에 규정돼 있다. 미국은 애초 워싱턴에서 열자고 했으나 우리쪽 주장에 따라 서울에서 개최하게 됐다. 그렇다고 기선을 잡은 것처럼 생색낼 일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