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지난 10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류 처장은 이 자리에서 지난해 이후 네덜란드산 식용란(바로 먹을 수 있는 계란)은 수입된 바 없고, 계란을 함유한 네덜란드산 과자 등 가공식품을 섭취해도 건강에 해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의원이 식약처와 관세청을 통해 확인한 결과, 류 처장의 발언은 거짓으로 밝혀졌다. 관세청 무역통계자료의 국가·품목별 수출입실적에 따르면, 지난 2월 한 수입업자가 네덜란드산 식용란 10㎏(141달러)을 수입했다. 식약처는 김 의원 측에 ‘샘플용’으로 수입된 식용란은 검역절차를 밟지 않아 확인할 수 없다고 했다가 17일에 “식용란이 아닌 계란가공품”이라고 말을 바꿨다.
하지만 관세청은 수입된 10㎏이 식용란이라고 확인했다. 관세청 관계자는 “관세청 전산에 등록된 품목코드는 식용란이 맞다”면서 “식약처가 왜 가공품이라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현재 ‘살충제 계란’ 진원지인 네덜란드에서 수입한 식용란 10㎏을 어디에, 어떻게 썼는지 추적하지 못하는 상태다. 식약처는 샘플용이기 때문에 검역절차를 밟지 않았고, 시중에 유통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검역절차를 밟지 않아도 되는 샘플용 물품은 무상이어야 한다”면서 “수입금액이 141달러인 만큼 샘플용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동남아시아를 다녀온 관광객이 가방에 열대과일 1개를 숨겨 들어와도 통관에서 걸리는 마당에 식용란 10㎏은 제대로 된 검역절차도 거치지 않고 수입된 셈이다.
육계용으로 키우기 위해 들여온 네덜란드산 종란(병아리 부화를 위한 계란) 57t도 논란거리다. 사조그룹 계열사인 사조팜스는 지난 6∼7월 49만마리 분량의 종란을 수입했다. 통상 부화 후 30∼45일 만에 육계로 유통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부 네덜란드산 육계는 이미 시중에 유통된 것으로 추정된다. 김 의원은 “살충제에 오염된 종란이 부화된 병아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정부 차원의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소비자들은 네덜란드산 계란이 사용된 과자나 빵을 먹어도 해가 없다는 식약처 의견에도 수긍하지 않는다. 한국소비자연맹 강정화 회장은 “네덜란드산 가공품이 많이 쓰인 제품을 검사해볼 필요가 있다”면서 “‘안심하고 먹어도 된다’는 말로 그냥 넘어갈 문제는 아니다”고 꼬집었다. 몸집이 작은 유아 등은 2차 가공식품 섭취만으로도 살충제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세종=이성규 정현수 기자 zhibago@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
[단독] 네덜란드 식용란 10㎏, 어디에 어떻게 썼는지 ‘감감’
입력 2017-08-17 19:01 수정 2017-08-17 2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