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 기준치 초과 농가 88%가 ‘친환경 인증’

입력 2017-08-17 19:11 수정 2017-08-17 21:09

친환경을 앞세웠던 무항생제 계란의 신뢰도가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다. 17일 기준 32곳까지 늘어난 기준치 초과 살충제 검출 산란계 농가 중 28곳(87.5%)이 친환경 인증 농가로 확인됐다. 검출된 살충제 성분이 기준치에 미달한 곳을 합하면 그 수는 63곳으로 늘어난다. 유해성분을 쓰지 않는다는 공인을 받고 정부 지원금까지 수령했지만 공공연히 살충제를 썼다는 것이다. 인증을 부여할 때 검증 장치에 구멍이 뚫려 있었다는 방증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친환경 인증 농가에 지급하는 직불금 예산은 올해 156억원이 책정돼 있다. 무항생제 농가는 연간 최대 2000만원, 화학사료가 아닌 유기농 사료를 사용하는 유기축산 농가의 경우 연간 최대 3000만원까지 직불금 수령이 가능하다. 계란 1개에 1원씩으로 계산한다. 현재 무항생제 농가는 765곳, 유기축산 농가는 15곳이 인증을 받고 운영 중이다.

친환경 인증 농가에 직불금을 지급하는 것은 항생제를 쓰지 않을 경우 발생하는 추가 비용을 정부가 지원해 식품 안전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지난해 10월에는 관련 고시를 개정해 어떤 살충제도 쓸 수 없도록 했다. 하지만 법으로 마련한 기준은 현장에선 무의미했다. 사용 자체가 금지된 살충제 성분 ‘피프로닐’ ‘에톡사졸’ ‘플루페녹수론’이 검출된 9곳의 농가 모두 친환경 인증 농가였다. 에톡사졸은 기존에 검출된 진드기 박멸용 살충제가 아닌 식물해충 퇴치용 살충제다.

이러한 상황이 연출된 이유로는 친환경 인증 대행업체의 부실한 인증이 꼽힌다. 친환경 인증 업무는 올해 6월부터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 민간으로 100% 이관됐다. 하지만 이미 2년 전부터 공공기관의 인증은 사문화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 친환경 인증 문의가 오면 ‘민간으로 이양될 예정이니 민간 인증 대행업체에 물어 보라’고 안내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2015년부터는 인증 업무를 사실상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민간이 인증 업무를 맡은 이후 부실 사례가 속출했다는 점도 인증 제도의 허점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지난해 농식품부가 적발한 부실 인증 건수는 모두 2734건이다.

농식품부는 친환경 인증 농가 중 피프로닐 등 사용금지 살충제 성분을 사용하지 않았고, 기준치 이하로 살충제가 검출된 35곳의 경우 유통 자체를 금지하지 않았다. 기준치 이하이기 때문에 ‘친환경’ 마크만 빼면 유통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사용할 수 있는 살충제라도 독성이 더 강한 경우가 있어서다. 0.01㎎/㎏ 이하일 때 사용 가능한 살충제 ‘비펜트린’이 그렇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기준치는 독성이 얼마나 센가에 따라 정하는데, 피프로닐(0.02㎎/㎏)보다 비펜트린의 기준치가 더 낮다는 것은 그만큼 더 위험하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