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7일 기자회견에서 밝힌 대북 메시지가 과거보다 강경해졌다. 남북대화가 필요하긴 하지만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중단이라는 선결조건이 충족돼야 한다는 점을 더욱 강조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핵탄두 탑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을 ‘레드라인(금지선)’으로 설정하고 북한에 추가 도발을 자제하라고 경고했다.
문 대통령의 인식 전환은 최근 급격히 악화된 한반도 정세를 의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대화·제재 병행’을 강조하면서도 대화를 더욱 강조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하지만 이번 회견에서는 대화 자체보다 대화를 위한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화를 위한 대화’는 없다는 뜻도 함께 밝혔다.
북한이 군사당국회담과 적십자회담 제안을 무시하고 있는 점,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 12형’으로 미국령 괌을 포위사격하겠다고 위협한 점 등을 고려할 때 북한과의 대화를 강조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판단이 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대북특사 파견에 긍정적인 입장을 밝히면서도 남북관계 개선과 북핵 문제 해결에 도움이 돼야 한다는 조건을 걸었다.
특히 문 대통령이 핵 탑재 ICBM 개발을 레드라인으로 설정하고 북한에 이를 넘지 말라고 경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레드라인의 ‘임계치’에 다다르고 있다고 평가했다. 사실상 배수진을 치고 북한을 압박한 셈이다. 이는 북한에 대한 최후통첩이면서 북한이 실제로 마지노선을 넘지는 않을 것이란 판단도 반영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문 대통령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최근 대북 제재 결의 2371호를 채택한 사실을 언급하며 “만약 북한이 또다시 도발한다면 북한은 더욱 강도 높은 제재 조치에 직면할 것이고 북한은 결국 견뎌내지 못할 것”이라고도 했다.
문 대통령이 설정한 레드라인은 미국과 일치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월 트위터에 “북한이 핵으로 미국을 공격할 능력을 갖게 될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ICBM 시험발사 준비사업이 마감 단계에 있다”고 주장하자 나온 반응이었다. 이후 핵 탑재 ICBM 개발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레드라인으로 간주돼 왔다.
한·미 군 당국은 북한이 ICBM 개발을 완료하려면 1∼2년 정도 더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군 당국은 북한이 ICBM 개발의 핵심인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아직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지난달 실시한 ICBM급 미사일 ‘화성 14형’ 시험발사에서도 대기권 재진입은 실패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반면 ICBM 탑재를 위한 핵탄두 소형화 기술은 거의 완성 단계에 다다른 것으로 평가된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8일(현지시간) 북한이 ICBM에 탑재 가능한 소형 핵탄두 개발에 성공했다는 내용의 미 정보 당국 보고서를 입수해 보도하기도 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文대통령 “北과 ‘대화를 위한 대화’ 없다… 조건은 도발 중단”
입력 2017-08-17 18:25 수정 2017-08-17 2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