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가계, 부동산 중심 자산 편중 우려 커져”

입력 2017-08-17 18:57 수정 2017-08-17 21:17

나이 들면 집과 땅을 팔아 현금화해서 여유를 누리는 선진국과 달리 한국에선 대부분 끝까지 붙들고 있다가 자식에게 넘긴다. 이 때문에 고령화가 진전될수록 가계의 자산이 부동산에 쏠리게 된다. 한국은행이 가계의 실물자산 편중을 지적하면서 주택연금, 토지연금 등 실물자산 유동화 제도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한국은행은 17일 금융안정국 윤경수 차장 등이 작성한 ‘인구 고령화가 금융산업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는 국제 패널 자료와 국내 가계금융 복지조사를 바탕으로 시뮬레이션을 거쳐 고령화에 따른 금융산업 변화를 예측했다.

먼저 국내 금융시장은 2020년대 후반까지 성장세를 지속할 것으로 관측됐다. 보유자산이 많은 50대 후반 가구주 수가 계속 늘면서 가계의 금융자산 규모는 2028년쯤 최고치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특히 보험 및 연금 분야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국내 가계의 금융자산에서 보험·연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8년 24.3%에서 지난해 31.8%로 증가세다.

반면 금융회사의 수익성은 낮아진다. 고령화에 따른 저성장 속에 저금리 환경이 자리 잡으면서 수익률 곡선이 평평해지는 경향이 나타나는 것이다. 은행은 예대 마진 축소가 우려되고, 보험·연금·자산운용 분야에서 수익률 하락이 예견된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주식과 펀드 같은 고수익 상품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문제는 선진국과 달리 한국 고령층의 부동산 등 실물자산 선호 현상이 두드러진다는 데 있다. 지난해 기준 60세 이상 가구주는 총 자산의 82%를 실물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다. 일반 가계의 평균도 실물자산 비중이 74%다. 미국 유럽은 물론 일본도 이만큼 부동산 편중 현상이 심하진 않다.

보고서는 “집값 변동 및 유동성 리스크 완화를 위해서라도 부동산 등 실물자산의 유동화 제도 활성화가 긴요하다”고 지적했다. 공적 제도인 주택연금 데이터를 활용해 민간분야 역모기지 상품을 활성화하고, 생명보험과 연계한 주택연금이나 주택시장 지수 관련 파생상품도 필요하다고 했다. 땅을 담보로 연금을 받는 토지연금도 제안했다.

글=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