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문 대통령 기자회견 내용 구체화에 힘쓸 때

입력 2017-08-17 18:01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갖고 “잘못된 것을 바로잡고 국가의 역할을 다시 정립하고자 했다”며 “특권과 반칙, 부정부패를 청산하고 공정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으로 중단 없이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은 각본대로 질의응답이 오갔던 과거 관행을 버리고 문 대통령이 기자들의 질문에 즉석에서 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이런 ‘소통’을 위한 노력에 세월호 참사 피해자 가족 등과의 만남에서 보여준 ‘섬김’의 리더십이 합쳐지면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70%가 넘는 고공행진 중이다. 과거 권력기관 등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는 과감한 개혁조치도 박수를 받았다. 정권인수위원회도 없이 안팎의 혼란 속에 업무를 시작한 점을 생각하면 긍정적으로 평가하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시작일 뿐이다. 문 대통령도 “이제 물길을 돌렸을 뿐”이라고 했다. 실제로 지난 5월 대선을 앞두고 우려가 쏟아졌던 현안 대부분이 아직 해결되지 않은 채 그대로 남아있다. 오히려 한반도 안보위기는 전쟁을 걱정할 정도로 악화됐다. 사드 배치를 놓고 우왕좌왕하면서 중국의 부당한 경제보복을 중단시키기는커녕 돌파구가 어딘지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 멋진 협치로 위기를 극복해달라는 국민적 기대와 달리 정치권은 여전히 이전투구 중이고, 보수와 진보의 진영갈등은 더 깊어졌다.

여기에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최저임금 인상, 각종 복지혜택 확충, 수능 절대평가, 탈원전 정책 등 100년 앞을 내다보며 입안해야 할 정책을 서둘러 밀어붙인다는 비판도 쏟아진다. 하나만 해결해도 대한민국을 새로운 단계로 업그레이드 시킬 굵직한 정책들이다. 한꺼번에 급하게 추진하면 집중도가 떨어져 동력을 상실할 가능성이 높다. 심지어 다음 세대에게 큰 부담이 될 정책을 추진하면서 천문학적 재원을 마련할 방법을 제시하지 않아 미래에 대한 불안감마저 켜졌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구체적인 대답을 내놓지 않은 점은 아쉽다. 문 대통령은 응답하지 않는 북한을 어떻게 설득할 것이냐는 질문에 “남북대화가 재개돼야 한다”고 원론적으로 말했다. ‘코드인사’ 질문에는 “역대 정권을 통틀어 가장 균형 있는 탕평인사”라고 했고, ‘퍼주기 복지’에는 “하나하나 재원 대책을 검토해 가능한 범위에서 설계했다”고 답했다. 형식은 소통이지만 내용은 일방통행이었던 것이다.

짧은 기자회견 시간 안에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없었던 만큼 문 대통령은 이런 질문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을 다양한 경로를 통해 꾸준히 내놓아야 한다. 반대파의 막연한 비판이 아니라 개혁의 성공을 진심으로 바라는 국민의 궁금증이다.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더 많은 의견을 취합해 정책의 우선순위와 속도를 조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