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 분배농지 소송사기 조작사건’으로 땅을 빼앗겼던 피해자 후손들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1심과 2심에서 승소했는데도 국가가 대법원에 상고했다. 이 사건은 박정희 정권의 공권력 남용이 확인된 과거사 중 하나다. 사실심에서 패소한 국가가 과거사 피해자들을 상대로 대법원까지 법적 다툼을 끌고 가는 것은 문재인정부의 기조와 모순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를 대리하는 정부법무공단은 16일 구로 분배농지 사건 피해자 유족 한모씨 등 18명이 제기한 국가상대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항소심 판결에 불복, 대법원에 상고이유서를 제출했다.
서울중앙지법은 국가가 이들 18명에게 158억83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고 서울고법은 지난달 국가의 항소를 기각했다. 국가가 조직적·체계적으로 당시 농민들을 불법 구금하고 폭행해 농지 권리의 포기를 강요했으므로 손해배상이 필요하다는 게 1·2심의 공통된 판단이었다.
하지만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항소심 판결을 받아들이지 않고 지난달 25일 대법원에 상고했다. 법무부는 “손해배상의 산정 시점, 범위에 대해 1·2심의 판단 근거가 달랐다”며 “국가가 주장하는 배상 시점을 적용하면 배상액 차이가 수십억원”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문재인정부가 국가상대 소송을 두고 공언했던 기조와 어긋난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정부의 무분별한 소송 대응을 자제하라고 밝혔다. 문무일 검찰총장도 지난 9일 과거사 피해자들이 손해배상 소송을 낼 때 “1·2심에서 일관되게 인정된 결과에 대해서는 법원 결정을 존중해 더 이상 다투지 않는 방안을 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08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1960년대 구로 분배농지 소송사기로 유죄 판결을 받은 이들이 재심 대상이라고 결정했다. 생존한 피해자들은 재심을 거쳐 대부분 무죄가 확정됐다. 피해자 한동문(68)씨는 17일 이번 상고에 대해 “이중 삼중으로 고통을 주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대법원에 계류된 소송이 여전히 많고 기다리다 죽어가는 이들도 한둘이 아니다”며 “제대로 사과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양민철 이경원 기자 listen@kmib.co.kr
[단독] 정부 ‘구로농지 강탈사건’ 대법 상고… 과잉소송 자제한다더니
입력 2017-08-17 18:21 수정 2017-08-17 2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