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 계란에 대한 정부 대응이 한심하기 짝이 없다. 4개월 전 소비자단체 경고에 방심하다 이번 사태를 초래했으면 수습이라도 잘해야 하는데 전혀 미덥지가 않다. 정부는 17일까지 전국 1239곳의 모든 산란계 농장에 대한 살충제 전수조사를 마무리하고 적합 판정을 받은 계란을 유통시키고 있다. 이날 오전까지 1·2차 조사에서 32개 농가가 사용 금지된 피프로닐을 사용하거나 비펜트린 등의 기준치를 초과 사용해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어떤 농약도 쓰지 않았다며 친환경 무항생제 인증을 받았는데 농약 성분이 검출된 농가도 60곳에 달했다. 충격적이다. 비싼 돈 내고 친환경 제품을 사먹은 소비자들만 바보가 됐다.
더 큰 문제는 정부가 전수조사했다며 유통시킨 계란도 믿을 수 없다는 점이다. 조사 담당자가 직접 농장을 방문해 무작위로 계란을 골라 조사한 게 아니라 농장주들에게 마을회관으로 계란을 가져오라거나 농가가 샘플로 준비해놓은 계란을 가져가 조사했다는 것이다. 살충제를 친 농가가 옆집에서 계란을 빌려 제출했다면 살충제가 검출되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렇게 엉터리로 조사해놓고 국민들에게 안심하고 사먹으라면 누가 믿을 수 있겠는가.
기본적인 사실관계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사용해선 안 될 살충제를 쓴 제품을 적합하다고 유통시킨 정부 행태는 할 말을 잃게 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5일 전북 순창군 농장에서 살충제인 비펜트린이 검출됐지만 기준치 이하라 문제없다며 유통시켰다. 이틀 뒤 농식품부는 친환경 인증을 받은 농장에선 비펜트린을 사용해선 안 된다며 번복했다. 이때까지 241곳 농장의 계란이 적합 판정을 받아 유통됐다. 잘못된 기준에 의해 유통된 계란들을 다시 조사해야 할 판이다.
국민일보 취재 결과 살충제 계란 파동의 진원지인 네덜란드 식용란 10㎏(120여개)이 지난 2월 수입됐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10일 “네덜란드산 식용란은 없다”고 거짓말을 했다가 뒤늦게 소량이라 수입검역이나 검사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해명했다. 유해 식품이 통관·검역에서 걸러지지 않고 버젓이 유통되고 있다면 더 심각한 문제다.
[사설] 농가가 낸 샘플용 계란 전수조사 믿을 수 있겠나
입력 2017-08-17 1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