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의 적폐청산… ‘정치적 세무조사’ 진상조사 나선다

입력 2017-08-18 05:00

국세청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의 한 원인으로 지목된 2008년 태광실업 세무조사를 포함해 과거 ‘정치적 세무조사’에 대한 진상조사에 나선다. 대기업과 대재산가의 변칙 상속·증여를 전담 검증하는 조직도 신설했다.

국세청은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한승희 국세청장, 전국 세무관서장 등 314명이 참석한 가운데 전국 세무관서장회의를 개최하고 ‘국세행정 운영방안’을 확정했다. 한 청장 취임 이후 첫 세무관서장 회의였다. 한 청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출발점은 우리 스스로에 대한 깊은 성찰”이라며 “과거에 대한 겸허한 반성 없이는 국민이 바라는 미래로 나아갈 수 없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국세청은 과거 정치적 논란이 있었던 세무조사에 문제가 없었는지 점검하기 위한 조직을 만들기로 했다. 국세행정 개혁 태스크포스(TF)는 2개의 분과로 구성되며, 세무조사 개선 분과가 과거 문제소지가 있는 정치적 세무조사를 점검하고 정치적 중립성을 높이기 위한 세무조사 개선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조세정의 실현 분과는 지능적·악의적 탈세에 대한 대응방안 마련에 중점을 둔다.

국세행정 개혁 TF 단장은 강병구 인하대 교수가 맡으며, 각 분과는 학계·시민단체·경제단체 출신의 외부 위원 5명과 국세청 내부 위원 4명으로 각각 구성된다. 국세청 관계자는 “과거를 어디까지 볼 것인지, 어떤 조사를 대상으로 선정할지는 조만간 출범할 TF에서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기업·대재산가 변칙 상속·증여 검증 TF도 이날부터 가동에 들어갔다. 이 TF는 내년 2월 말까지 6개월간 운영되며 자녀 출자법인을 부당 지원하거나 변칙적 일감 몰아주기·떼어주기 등 세금 없는 경영권 승계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본다는 계획이다.

국세청은 이와 함께 금융정보분석원(FIU)의 금융정보, 탈세 제보 등을 적극 활용해 병·의원, 현금 수입 전문직 등 고소득 자영업자에 대한 조사를 강화할 방침이다. 또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부당이득을 취하는 프랜차이즈 본부, 불공정 하도급거래자의 편법적 탈세를 엄정 조사하는 한편 다운계약 등 양도소득세 탈루, 주택취득자금 변칙증여 등 부동산거래 과정에서 발생한 탈세 행위도 정밀 검증하기로 했다. 국세청은 성실 중소납세자의 세무조사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간편 조사를 확대하고, 특히 양도가액 3억원 미만인 소규모 납세자를 대상으로 양도소득세 간편 조사제도를 도입할 방침이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