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개성과 문화가 넘쳐나고 다양한 주제가 있어야 한다.’ 현대 도시의 트렌드다. 그래서인지 예전에는 볼품없던 동네들이 이야기가 있는 명소로 탈바꿈하는 곳이 많아졌다. 서울의 망원동, 연남동, 경리단길 등이 대표적이다. 소상공인과 문화·예술인들이 어려움을 극복해 일궈낸 골목 문화권이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는 법이다. 상권이 형성되면서 건물주는 임대료를 턱없이 올리고, 대기업 프랜차이즈가 높은 임대료를 제시하며 그 자리를 차지한다. ‘뜨는 동네’의 역설이다. 명소로 변한 곳 열이면 열 모두 이런 일이 벌어진다.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다.
하지만 건물주와 임차인의 상생협력으로 이를 극복한 사례도 있다. 서울 성동구가 16일 발표한 ‘2017년 상반기 지속가능발전구역 내 상가임대차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성수1가2동에서 올 상반기 임대료 갱신 계약을 한 78개 업체 중 60곳에서 임대료가 동결됐다. 이들 업체의 평균 임대료 인상률은 지난해 17.6%에서 올 상반기 3.7%로 13.9%포인트나 떨어졌다. 상가임대차보호법이 정한 인상률 상한선인 9%에 비해서도 한참 낮은 수치다. 성수동 일대가 최근 서울에서 주목받는 상권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결과다. 이유는 상생협약에 있다. 건물주는 지난해 초 임차인과 성동구 관계자가 참여한 가운데 임대료 인상률 상한선을 지키겠다고 약속했다. 1년6개월이 지난 현재 건물주 62%가 이 협약에 동참했다. 참여하지 않는 업체에서도 인상률이 떨어지는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상생협약의 힘이 임대료 상승을 잡은 셈이다.
붙박이로 살면서 지역 발전에 기여한 사람들이 정작 개발이익에서 소외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상권을 일군 임차인의 노력을 인정해야 한다는 얘기다. 규제보다는 상생의식만이 도시를 따뜻하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성동구의 예가 여실히 보여준다. 전국에 몰아치는 젠트리피케이션의 해결 방안이기도 하다.
[사설] 상생협약으로 젠트리피케이션 극복한 성수동 주민들
입력 2017-08-17 1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