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나쁜 사람’으로 지목된 뒤 명예퇴직한 진재수 전 문화체육관광부 과장이 법정에서 “당시 나에게 굉장히 신분상 안 좋은 일이 있겠다는 직감이 들었다”고 증언했다. 진 전 과장은 2013년 노태강 당시 문체부 국장(현 2차관)과 함께 대한승마협회 비리를 감사했다가 박 전 대통령에게 “아직도 그런 사람이 근무하고 있느냐”는 말을 들었던 인물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17일 열린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진 전 과장은 “청와대에 감사 보고서를 올리면서 ‘박원오 전 승마협회 전무의 말만 믿기는 위험하다’는 말을 넣었다”며 “보고 직후 박 전 전무가 전화를 걸어와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말해 놀랐다”고 했다. 그는 “청와대 보고 자료가 어떻게 민간인인 박 전 전무에게 바로 유출됐는지 모르겠다”며 “그의 항의를 받은 뒤 신분상 안 좋은 일이 생기겠다고 느꼈다”고 했다.
진 전 과장은 최씨 딸 정유라씨가 경북 상주 승마대회에서 준우승한 뒤 청와대 지시를 받고 노 전 국장과 함께 승마협회 내부 파벌싸움을 조사했다. 이들의 보고를 받은 박 전 대통령은 유진룡 당시 문체부 장관에게 “노 국장과 진 과장, 참 나쁜 사람이라고 하더라. 인사조치하라”고 지시했다.
진 전 과장은 “노 전 국장이 그만둔 뒤 나도 버틸 수 없겠다 싶어 명예퇴직을 했다”고 말했다. 18일 박 전 대통령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었던 박 전 전무는 “후두암 수술로 말을 하기 어렵다”며 불출석사유서를 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나쁜 사람’ 진재수 증언 “靑 보고서 유출에 놀라… 불이익 직감”
입력 2017-08-17 1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