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산란계 농장들은 일제히 농약 잔류물질 검사를 받고 있다. 검사를 통과한 곳은 16일 오후부터 계란을 출하하고 있지만 농약이 기준치 이상인 곳도 속속 발견되고 있다.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농장에서 생산된 계란은 전량 폐기되고 있다. 양계농장들은 얼마 전까지 AI(조류인플루엔자)로 인한 살처분과 폭염으로 인한 폐사 등을 겪었던 터라 이번 ‘살충제 계란’ 파동이 얼마나 지속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경남도는 도내 전 산란계 농장의 계란 반출을 금지하고, 3000수 이상 산란계 농장 96곳에 대한 농약 잔류물질 검사를 우선 실시하고 있다. 검사에서 합격한 농장의 달걀만 반출을 허용하고 검사에서 잔류허용기준 초과 시 유통 중인 달걀을 즉시 수거해 폐기할 방침이다.
경남 양산시 상북면 대석리에서 닭 2만여수를 키우는 김모(62)씨는 16일 오전 농장 입구에서 한숨을 내쉬며 “어제부터 계란 반출이 금지되고, 수거해 간 계란에 대한 검사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며 “겨우 AI가 진정돼 한숨 돌리나 했는데 느닷없이 살충제 파동이 닥쳐 걱정”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여주의 한 양계업자는 “당국에서 와서 어제 살충제 기준치 초과 여부 조사를 했는데 오늘 기준치 이하라는 결과를 받았다”면서 “진드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살충제를 쓰는 경우엔 수의사와 상담한 후에 권장량만 사용한다”고 얘기했다.
전남지역에서도 99개 산란계 농가에 대한 농약 잔류물질 검사가 16일 0시부터 시작됐다. 안전성을 확보한 60여곳에서는 이날 오후부터 계란을 다시 출하하고 있다.
나주 봉황면에서 35년째 산란계 농장을 운영하는 김영길(65)씨는 “전남지역 대다수 산란계 농가가 시설 현대화사업을 7∼8년 전 완료하면서 살충제를 쓰지 않고 있다”면서 “현대화시설을 갖추지 못한 일부 열악한 농장에서는 고온다습한 기후로 인해 발생하는 진드기나 벼룩을 잡기 위해서는 살충제를 뿌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기도 포천시는 남양주 마리농장, 철원 지현농장에 살충제 피프로닐을 공급한 포천시 소재 A업체 관계자를 불러 조사한 결과, 양주 포천 등 총 4개 농장에 피프로닐을 판매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포천시에 따르면 A업체가 피프로닐을 공급한 시기는 지난 6월 말부터 7월 중순까지로 당국의 허가 없이 수입업체에서 약품을 공급받아 분말 형태의 피프로닐 50㎏을 판매했다.
남양주와 철원 농가에서 생산한 계란에서는 피프로닐 성분이 검출됐지만 포천과 양주의 농가는 아직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경기도와 포천시는 17일 A업체에 대한 현장조사를 벌여 살충제 판매 농장이 더 있는지 확인할 예정이다.
양산·여주·나주=조원일 이영재 강희청 김영균 기자
“AI 살처분 겨우 진정됐는데 또…” 양계농 망연자실
입력 2017-08-17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