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주식펀드 ‘막차’ 타? 말아?… ‘비과세’ 연말 종료

입력 2017-08-17 05:00
직장인 이모(28)씨는 얼마 전 미국의 우량 성장주에 투자하는 비과세 해외주식형 펀드에 가입했다. 여기저기에서 늦기 전에 투자하라고 권유하자 일단 1만원을 넣어서 펀드 가입부터 했다. 올해 말로 비과세 혜택이 사라진다는 말에 솔깃한 것이다. 이씨는 “비과세 혜택 한도를 500만원으로 설정하고 가입부터 하고 봤다. 자유 적립식 펀드라 여윳돈이 생기면 자금을 넣을 예정”이라고 했다.

비과세 해외주식형 펀드에 ‘막차 투자자’가 몰리고 있다. 비과세 해외주식형 펀드는 자산의 60% 이상을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정부는 지난해 2월 해외 투자를 장려하는 차원에서 비과세 혜택을 주기로 했다. 이 비과세 혜택의 일몰 시점이 올해 말이다.

금융투자협회는 지난달 판매된 비과세 해외주식형 펀드는 잔고 1967억원, 계좌 수 3만8000개에 이른다고 16일 밝혔다. 비과세 해외주식형 펀드의 잔고는 지난 5월 1601억원, 6월 1706억원 등 오름세다. 누적 잔고는 1월 말 1조824억원에서 지난달 말 1조8848억원으로 뛰었다. 누적 계좌 수는 44만2000개에 달했다.

투자자금이 쏠리는 가장 큰 이유는 비과세 혜택이다. 가입 후 최대 10년간 3000만원까지 투자해 얻은 소득에 대해 세금을 물리지 않는다. 기존 해외 상장주식이나 펀드에 투자했을 때 부과하는 배당소득세 15.4%가 면제되는 것이다. 중도 해지해도 그 시점까지 얻은 이익에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신동일 KB국민은행 도곡스타PB센터 부센터장은 “지난 4월 저축성 보험의 비과세 혜택이 축소되는 등 최근 비과세 상품이 줄면서 아직 가입 기한이 남은 비과세 해외주식형 펀드에 투자자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다 분산투자로 안정적이라는 점도 부각되고 있다. 김성봉 삼성증권 WM리서치팀장은 “최근 북한 리스크로 국내 증시의 낙폭이 컸지만 해외는 덜했다. 국내 증시에만 집중한 투자자보다 해외 주식까지 분산투자한 투자자가 증시의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쉽다”고 분석했다. 다만 내년부터 펀드의 납입 한도액을 바꿀 수 없다. 지금은 주가가 올랐을 때 펀드를 환매하고 납입금 한도를 바꿔 재가입하는 게 가능하지만 내년부터 안 된다.

전문가들은 해외주식형 펀드에 투자할 때 투자자금을 여러 펀드에 분산하라고 조언한다. 신동일 부센터장은 “펀드 납입 한도액을 바꾸지 않고 오래 투자하기 위해 한도 3000만원을 인도네시아 베트남 같은 신흥시장, 미국 유럽의 선진시장, 자율주행·헬스케어의 4차 산업혁명 분야 등에 골고루 분산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