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靑 금리발언 부적절… 한은 고유권한”

입력 2017-08-16 18:36 수정 2017-08-16 19:20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서울 중구 전국은행연합회관에서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오찬회동에서 김 부총리는 기준금리 결정은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의 고유 권한이라고 강조했다. 이병주 기자

청와대발(發) 기준금리 인상 발언에 대해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부적절하다”고 정면 반박했다. 김 부총리는 16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와의 오찬 회동 후 “금리 (결정) 문제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의 고유 권한”이라며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존중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재정 당국자가 통화 정책 수장 앞에서 내놓을 수 있는 최고의 립서비스다.

한국경제 투톱인 김 부총리와 이 총재는 이날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두 달 만에 다시 만났다. 지난 6월 김 부총리가 취임하자마자 한은을 방문해 간담회를 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1시간30분 동안 단둘이 식사했다. 이 총재는 오찬장 밖에 미리 나와 김 부총리를 맞이했고, 김 부총리는 테이블 정리 때 이 총재가 앉을 의자를 직접 옮겨주는 등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였다.

앞서 청와대 김현철 경제보좌관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1.25%의 기준금리는 너무 낮다”고 발언했다. 역대 최저 수준인 연 1.25%의 기준금리가 1400조원에 육박한 가계부채와 부동산 버블을 촉발했다는 시각이 담긴 것으로 연내 금리인상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섣부른 관측까지 낳았다.

이 발언에 대해 김 부총리는 “정부 당국자가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비판했다. 김 부총리는 이어 “누군가 한다면 그 자체가 한은 독립성에 좋지 않다”며 “시종일관 금리 문제는 통화당국에서 독립적으로 한다고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표정이 밝아진 이 총재는 “부총리 의견을 전적으로 존중한다”고 화답했다. 기준금리를 정치적으로 접근할 가능성을 일단 차단했기 때문이다.

한은은 오는 31일과 10월 19일, 11월 30일 등 연내 세 번의 기준금리 결정 금통위를 남겨두고 있다. 청와대 일부의 인식처럼 기준금리를 올리면 가계부채와 집값 잡기에 효과를 발휘할지 모르나, 경기 회복 신호가 미약한 한국경제 상황을 보면 지금은 금리를 올리려야 올릴 수 없는 형편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대외 수출도 반도체와 화학 등 일부에 치중돼 있고, 소비와 투자도 정체된 상황에서 금리를 올리면 즉각 실물 경기의 부정적 영향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두 수장은 북핵 리스크에 따른 시나리오별 금융시장 안정화 조치 마련과 곧 발표될 가계부채 종합대책 분야에서도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 김 부총리는 당초 이달 말 발표 예정이던 가계부채 대책이 9월로 늦춰질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글=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사진=이병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