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와 공간-주다산교회] 외형보다 내실… 친문화적 디자인으로 지역과 어우러지다

입력 2017-08-18 00:03
리모델링을 통해 재탄생한 동탄신도시 주다산교회 전경. 이전 건물의 종탑을 새롭게 해석해 현대식 조형물로 바꾼 십자가탑 ‘야곱의 사다리’가 보인다. 주다산교회 제공
기둥을 중심으로 왼편이 기존에 있던 1000석, 리모델링하면서 기둥의 우측을 확장했다. 1층에 위치한 교회 식당과 그 옆에 있는 ‘라브리 카페’(위부터 시계방향). 주다산교회 제공
이현정 두로 대표
주다산교회(권순웅 목사)는 경기도 화성 동탄신도시 반송초교사거리에 있었다. 지난 10일 북오산IC에서 나와 동탄신도시로 향했다. 우측 4층 건물 위로 십자가가 보였다. 십자가는 밝은 회색 톤의 사각기둥 위에 솟아 있었다. 사각기둥 끝은 곡선으로 갈라져 하늘을 향해 뻗었다. 그 사이엔 여러 쇠막대가 이어져 있다.

권 목사는 “이 쇠막대가 성경에 나오는 ‘야곱의 사다리’”라고 설명했다. 야곱의 사다리는 리모델링 전에 있던 종탑을 새롭게 해석해 현대식 조형물로 바꾼 것이다.

이 예배당은 주다산교회의 세 번째 건축물이다. 1992년 서울에 상가교회를 개척한 후 화성, 동탄으로 교회를 옮기면서 건축을 계속했다. 2001년 경기도 화성에 18가정과 함께 천막교회를 지었고 2009년 동탄신도시로 이전하며 1000석 교회를 지었다. 이후 계속 부흥해 2012년 교회를 리모델링해 2200석 예배당을 봉헌했다. 현재는 주일학교 아이들을 포함해 4000여명이 출석한다.

마지막 건축 때는 건물 뼈대만 남기고 모두 허물어 다시 지었다. 기존 예배당의 한쪽을 늘려 1000여석을 더 만들었다.

건물 구조는 크게 달라졌지만 교회의 정체성을 지키려고 애썼다. 야곱의 사다리가 대표적인 예다. 이전에 세워져 있던 사다리는 붉은색의 별도 기둥 안에 만들어져, 그 위에 십자가가 세워져 있었다. 지금은 교회 건물을 기둥 삼고 그 건물의 끝을 변형시켜 사다리를 형상화했다.

교회 건물 색채도 확 바꿨다. 이전에는 갈색과 회색이 기본 컬러였는데 지금은 회색에 흰색과 검은색을 배합해 더 다양한 색채를 사용했다. 권 목사는 “주변 환경과 어우러져 오기 편한 교회, 부담 없는 교회를 만들려고 했다”며 “친문화적 친자연적 친환경적인 디자인으로 교회를 재탄생시켰다”고 했다.

소박한 마감재를 사용한 것도 특징이다. 교회는 영적 부흥과 제자도를 강조하는 ‘스파크 셀’로 부흥했다. 외형보다 내실을 중시했다. 이를 리모델링에도 반영했다. 화려하지 않은 빈티지 스타일의 실내외 마감재를 사용한 것이다. 외벽은 알루미늄 복합 패널, 내벽은 목재를 사용했다. 소재보다 건물 전체를 관통하는 디자인을 통해 성도들에게, 주민들에게 호감을 줬다는 평가다.

리모델링의 흔적은 대예배당 한쪽에 치우쳐 있는 3개의 기둥이다. 건물의 안전을 위해 기둥을 그대로 뒀다. 하지만 예배당 내벽 마감재를 목재로 통일하면서 전체 분위기에 이 기둥이 묻혀 걸리적거리지 않았다.

교회는 3층에 다목적 체육관을 만들었다. 농구, 배드민턴을 할 수 있는 공간이다. 권 목사는 “세련되고 일관적인 디자인으로 인해 신축보다 더 효율적이고 모던한 교회가 됐다”며 “인테리어 건축 리모델링 회사 두로 덕분에 비용도 30% 정도 절감했다”고 감사했다.

설계·디자인 이현정 두로 대표 “교회의 특징이던 종탑 유지하고 열린 교회 지향”

리모델링을 한 경기도 화성 주다산교회(권순웅 목사)는 설계를 중간에 바꿨다. 처음엔 나름 이름 있는 건축사가 설계했다. 그런데 공사를 하면 할수록 현실과 괴리감이 크다는 지적을 받았다. 교회는 사거리에 있다. 그러다보니 교회의 정면뿐만 아니라 측면 모습도 중시해야 했다. 하지만 처음 설계는 정면의 모습만 고려됐다. 또 교회가 주변과 동떨어져 보였다. 무엇보다 교회 옆의 타운하우스와 색채가 어울리지 않았다.

그래서 인테리어 건축 리모델링 회사인 두로(대표이사 이현정)가 새로 설계하고 디자인했다. 두로는 1998년 설립된 회사로 이전에는 기업체, 대학교 등을 리모델링하다 지금은 교회로까지 사업영역을 넓히고 있다. 수원에 있는 삼성SDI 본사를 전혀 새로운 건물로 변신시켰다. 이전 공장건물을 사무실로 개조했다. 경기대 용인대 부천대 연성대 등의 대학 건물을 리모델링했다. 단과대 한 동 전체를 뼈대만 남기고 허물었다가 새 건물로 바꾸는 프로젝트를 여러 개 진행했다.

이현정 대표는 그간의 경험을 살려 교회에 입체감을 넣고 지역과 공존하는 건물로 설계했다. 주변 건물과 따로 논다는 색채의 문제를 여러 색으로 쪼개 어색함을 희석했다. 그레이 계열의 색을 기본으로 색의 톤을 조절해 주변 색과 조화를 꾀했다. 건물 내부도 전체적으로 다시 설계했다.

이 대표는 지난 10일 수원시 영통구 두로 사무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현실성 없는 설계를 다시 조정하며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올바른 교회 건축에 대해 조언했다. 교회 건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그 교회만의 독자성이라는 것이다. 교회가 갖는 특성을 살려야 한다는 말로, 주다산교회의 특징은 종탑이었다. 처음 설계 때는 이것이 무시됐다. 이 대표는 이를 모던하게 되살렸다. 독자성은 목회철학과도 관련 있다. 이 대표는 ‘열린 교회’를 지향하는 주다산교회의 지향점을 카페로 구현했다. 도로에 접한 카페의 창을 넓은 유리로 만든 것도 그런 이유다.

이 대표는 또 건물 조경 도로 등과의 조화를 강조했다. 교회가 너무 튀어 불편함을 줘선 안 된다고도 했다. 교회도 지역에 속한 건축물이어서 도시 전반의 색감, 분위기에 어우러지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건축학적으로 작품성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에는 유명한 교회 건축물이 많지만 한국에는 거의 없다”면서 “교회를 단순히 공간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작품으로 생각해야 한다. 그 안에 신앙과 철학을 담고 건축 트렌드를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화성·수원=글·사진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