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던져도 승리 못챙기는 ‘불운한 투수’ 피어밴드·차우찬

입력 2017-08-16 18:30 수정 2017-08-16 18:34

잘 던지고도 승리를 챙기지 못하는 불운한 투수들이 있다. 리그 정상급 투수들만큼 던지지만 팀 타선이 침묵하고 승운이 따르지 않아 승리의 기쁨을 마음껏 누리지 못하고 있다.

올 시즌 한국프로야구(KBO)에서 가장 불운한 투수로는 kt 위즈의 에이스 라이언 피어밴드를 꼽을 수 있다. 20경기에 선발 등판, 7승8패 평균자책점 2.95를 기록 중이다.

피어밴드는 16번의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할 정도로 꾸준한 활약으로 평균자책점 1위를 달리고 있다. 규정 이닝을 채운 투수들 중 2점대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있는 선수는 피어밴드가 유일하다. 또 128이닝을 던지며 108개의 탈삼진을 솎아내 9이닝당 탈삼진은 7.59개를 기록했다.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는 1.16으로 3위에 올라 있다.

투구 내용적으로는 훌륭한 피어밴드가 승수 쌓기에서 어려움을 겪는 것은 팀 타선의 지원을 받지 못해서다. 야구 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올 시즌 피어밴드는 경기당 평균 득점지원으로 4.08을 받았다. 17승으로 다승 1위인 양현종(KIA 타이거즈)이 8.83, 12승으로 다승 3위인 더스틴 니퍼트(두산 베어스)가 6.57의 득점지원을 받은 것과 대비된다.

잘 던지고도 불운이 이어지고 있는 피어밴드는 지난 6월 3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승리를 거둔 후 승수를 추가하지 못하고 5패만 떠안았다.

LG 트윈스 선발진의 주축인 차우찬도 잘 던진 것에 비해 승수를 쌓지 못하고 있다. 올 시즌 20경기에 선발 등판해 8승5패 평균자책점 3.19를 기록했다. 평균자책점 4위다. 129⅔이닝을 던지며 120개의 탈삼진을 기록해 3위에 올라 있다. 9이닝당 탈삼진은 8.33개에 달한다. WHIP는 1.13으로 1위에 올라 있다. 리그 최정상급 투수로 손꼽히는 양현종(1.27), 박세웅(롯데·1.33)보다 더 뛰어나다.

마운드에 올라 탈삼진 퍼레이드를 펼치며 LG의 새로운 ‘닥터K’로 자리매김한 차우찬은 투구 내용에 비해 승운이 따르지 않고 있다. 또 타선의 지원도 조금은 아쉬운 상황이다.

잘 던지고도 승리는 만끽하지 못해 울고 싶을 수도 있는 피어밴드와 차우찬. 두 선수가 불운을 딛고 에이스의 보증수표인 두 자릿수 승수를 달성할 수 있을지 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