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문제로 야기된 미·중 갈등이 무역전쟁으로 번지면서 우리에게 새로운 과제를 던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중국의 지식재산권 위반 등에 대한 조사를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이번 조치는 하나의 큰 움직임이며 시작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통상법 301조에 근거해 중국 측의 불공정 무역행위 조사에 착수한다는 것이다. 이는 북한의 핵 도발에 대한 제재에 미온적인 중국을 상대로 경제적 압박을 하겠다는 의도임이 분명하다. 중국 측은 즉각 발끈했다. 중국 상무부는 대변인 성명을 통해 “미국은 객관적 사실을 존중하고 신중하게 행동하기 바란다”면서 “다자무역 규칙을 존중하지 않고 양국 무역 관계를 훼손하면 좌시하지 않겠다”며 강하게 반발한 데 이어 16일에도 관영 매체를 통해 “무역전쟁이 발생한다면 미국은 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공세 수위를 높였다. 북·미 군사적 충돌위기가 여전한 상황에서 미·중이 무역전쟁에 나서는 양상은 우리에게 난감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미국의 선택이 옳고 그름을 떠나 미·중 무역갈등이 현실화되면 우리 경제는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우려가 높다. 사드로 인한 중국 측의 광범위한 경제보복이 여전한 상황에서 미·중 무역전쟁마저 겹치는 것은 우리로선 최악이다. 중국과 미국은 우리의 1, 2위 교역 상대국으로 전체 교역의 40% 안팎을 차지한다. 미국이 중국에 대해 무역보복을 가하면 구조적으로 우리의 수출 감소가 불가피하다. 중국의 미국 수출품 상당 부분이 우리의 중간재를 토대로 생산되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는 “중국의 대미 수출이 10% 감소하면 중국의 중간재 수요 하락으로 한국의 총수출이 0.25% 줄어든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조치가 많지 않다는 점은 현실적 한계다. 우리 문제이면서 우리에게 직접적인 해결책이 없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안타깝다. 더욱이 새 정부 출범 100일이 됐지만 미국과 중국 주재 대사 인선도 못한 상태다. 그렇다고 앉아서 당할 순 없지 않은가. 우선 하루빨리 미국과 중국에 외교라인을 구성하되 그 이전엔 가용 가능한 외교인맥을 동원해서라도 미·중의 진의가 무엇인지, 이번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를 분석할 필요가 있다.
누차 강조한 바 있지만 이참에 미국과 중국에 경도된 교역을 제3국으로 다변화해야 한다. 북핵과 관련된 문제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우리를 괴롭힐 것이고, 이 과정에서 불거진 한·중 및 미·중 갈등은 우리 경제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 뻔하다. 현실적 여건이 갖춰지지 않았다고 해서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으면 국가적으로 큰 손실을 피할 수 없다. 정부든 기업이든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시나리오별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사설] 미·중 무역갈등 불똥 차단할 특단의 대책 마련하라
입력 2017-08-16 17: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