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가뒷담] ‘스마트 오피스’ 세종청사관리본부, 방호원 ‘수도꼭지’엔 인색

입력 2017-08-16 05:00

이달 들어 연일 30도가 넘는 폭염이 이어지면서 정부세종청사 외부보안을 담당하는 방호원들의 고충도 커지고 있다. 따가운 햇볕은 파라솔로 겨우 가렸지만 아스팔트를 통해 전해지는 복사열은 막을 길이 없다. 복사열을 감안하면 방호원들은 40도를 웃도는 체감온도를 감내해야 한다.

방호원들은 “바닥에 물이라도 뿌리면 그나마 나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행정안전부 산하 정부청사관리본부(이하 관리본부)에 초소마다 수도꼭지를 내어달라는 건의를 올린 것도 이 때문이었다.

관리본부 측은 방호원들을 위해 파라솔을 신식으로 교체하고, 얼음 스카프를 제공하는 등 여러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수도꼭지를 추가하는 문제는 곧바로 시행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관리본부 관계자는 15일 “수도관을 땅에 묻어야 하는 문제와 겨울 동파 우려 등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아 당장 들어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장기적으로 더 논의해봐야 하는 사안이라는 것이다.

방호원들의 수도꼭지 요구를 외면한 관리본부에 쏟아지는 시선은 따갑다. 관리본부 사무실은 ‘스마트 오피스’로 정부세종청사에서 가장 쾌적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무실 곳곳에 나무와 화분이 놓여 있고, 휴식공간도 마련돼 있다. 청사 관계자에 따르면 관리본부 사무실을 스마트 오피스로 변경하는 데 들인 돈은 2억∼3억원에 달한다. 현재 스마트 오피스가 적용된 사무실은 전국 청사 중 관리본부가 유일하다. 최근 관리본부는 ‘소통·협업·창의·만족’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스마트 오피스 홍보용 팸플릿까지 제작했다. 이런저런 이유로 식구인 방호원의 근무환경 개선은 미뤄둔 채 스마트 오피스 홍보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세종=정현수 기자 ukebox@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